제18대 총선(2008년 4월 9일)을 20여 일 앞둔 3월 18일, 조간 신문에는 집권여당 한나라당의 여성 정치인 2명의 풋풋하고 환한 사진이 실렸다. 주인공은 대변인 임명장 수여식장의 나경원의원과 조윤선 시티은행 부행장.
비례대표 초선으로 1년 8개월간 당의 ‘입’ 역할을 했던 나 의원은 전날 세 살 터울의 대학 후배에게 대변인 바통을 넘기며 서울 중구 지역에 전략공천 됐고 2002년 16대 대선 선대위 대변인에 이어 다시 정치권에 발을 디딘 신임 조 대변인은 총선 비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치 엄친딸’로 불린 둘의 인연은 비슷하면서 달랐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법관생활을 판사로 시작한 나 의원은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여성특보로 정치권에 입문해 비례대표와 서울 중구, 동작을을 오가며 내리 4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바른정당 행이 점쳐졌지만 예상과 달리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잔류했다.
1980년대, 미국드라마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을 보고 법학도의 꿈을 꾸게 됐다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서울대 외교학과(84학번)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했다. 18대 총선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성가족부 장관과 청와대 정무수석, 그리고 문체부장관까지 거머쥐며 화려하게 비상했지만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특검에 구속되면서 결국 영어의 몸이 됐다.
9년 전 오늘, 사진 속 그들의 표정은 순수하고 빛났다. 정치에 입문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그때의 맑은 미소를 다시 볼 수 있기 바란다.
손용석 멀티미디어 부장 st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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