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 대만 기업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적 자금 투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정책투자은행은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문에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는 경영상 주요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분 34%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유관기관들과 협의해 산업혁신기구에 출자도 요구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에서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에 적극 개입하는 이유는 기술 유출 우려 때문이다. 도시바는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를 개발한 업체다. 그만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자랑한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자료가 손실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쓰인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휴대용 전자기기가 늘어날수록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외국에 넘어갈 경우 일본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 비해 반도체 기술력이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중국이나 대만업체가 인수하면 고스란히 도시바의 앞선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가져갈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쟁 상대인 한국이나 중국, 대만 등에 도시바 반도체가 넘어가면 곤란하다”며 “일본 정부도 이를 우려해 지분 참여를 검토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통상 마찰을 우려해 표면상 도시바에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정부에서 도시바 지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은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대만의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37.1%, 도시바 18.3%, 웨스턴디지털 17.7%, 마이크론 10.6%, SK하이닉스 9.6% 순이었다. 따라서 웨스턴디지털 이하 업체들은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을 인수하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문 몸값이 2조엔(약 20조원)대까지 치솟았다.
현재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은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 애플의 아이폰 제조업체로 유명한 대만 홍하이정밀그룹의 팍스콘, 미국의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등이다. 중국에서도 메이디그룹과 칭화유니그룹이 적극 나서고 있다.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 인수를 위한 입찰 마감일은 29일이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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