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문재인 분열 리더십’ 부각
文은 전국민안식제 공약 맹공격
이재명 “지도자 말바꾸기 안돼”
27일 광주 경선이 판도 좌우
후보 간 공세 수위 높아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친노 형제’ 싸움이 1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경선 토론회에서 다시 불 붙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돌풍’의 진원지이자 첫 경선지인 호남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안 지사는 이날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그룹 사옥에서 열린 3개 종편 방송사 주최 민주당 대선주자 4차 합동 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 문제를 재차 꺼내 들었다. 여야를 아우르는 대연정이 트레이드 마크인 자신의 통합 리더십과 문 전 대표의 ‘분열 리더십’으로 대비되는 대결 구도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를 향해 “내 편만 예쁘다고 하고 반대편은 배척하는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겠나”고 공격했다. 3차 토론회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던 안 지사는 이날도 문 전 대표가 당 대표를 지내는 동안 여러 정치인들이 당을 떠났단 점을 꼬집으며 맹공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혁신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과거 정치관행을 끊어내려는 노력에 반대 움직임이 있었다” 고 반박했으나, 안 지사는 곧바로 “어려울 때 손을 내밀었던 사람들에게 ‘반 혁신’이어서 나갔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라고 응수했다. 안 지사의 공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던 앞선 토론회와 달리 문 전 대표는 이날 “안 지사는 저보다 정치 경력이 오래되지 않았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에 당의 대선 후보가 된 후 흔들어 교체하려는 움직임부터 당의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을 봤을 것”이라며 “다 그 연장선에 있는 일이다”라고 즉각 받아 쳤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정책에 대한 ‘현미경 검증’으로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10년마다 1년씩 유급휴가를 주는 내용의 전국민안식제 공약이 집중 타깃이었다. 그는 “우선 600만 자영업자와 630만 비정규직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라면서 “10년씩 근속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공무원이나 공기업ㆍ대기업 노동자밖에 없다”고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안 지사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 우리 사회의 노동 조건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참여정부 시절 도입한 주5일 근무제를 언급하며 응수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문 전 대표의 ‘말바꾸기’를 지적하면서 선명성 부각에 주력했다. 이 시장은 “중대 사안에 지도자가 말과 태도를 바꾸는 것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는 “정치는 흐르는 것”이라며 “촛불민심을 따라가는 게 정치가 할 도리”라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 후보 간의 경쟁 수위가 높아진 것은 27일 광주에서 열리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예고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각 후보는 호남 경선이 향후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경선 승리를 위한 본격적인 지방 순회를 시작하면서 첫 방문지인 부산을 거쳐 다음주에는 호남 민심 다지기에 ‘올인’ 한다는 기조를 세웠다. 안 지사는 본인뿐 아니라 측근까지 동원해 호남구애에 나서고 있다. 안 지사의 부인 민주원씨는 이날부터 2박3일 동안 광주ㆍ전남 곳곳을 누비는 강행군을 펼칠 계획이다. 안 지사의 의원멘토단장인 박영선 의원도 최근 단독으로 호남을 훑으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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