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거짓말… 기억 안나” 소란 피우더니
“국가 불행ㆍ대통령 파면 원죄 국민께 사죄”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재판에서 안하무인 태도로 일관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7일 조카 장시호(38)씨 재판에서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정치적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고, 불리한 증언을 모두 거짓으로 몰아붙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장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씨는 재판 내내 기세 등등한 태도로 목소리를 높였다. 장씨 측 변호인이 문체부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설립을 지원한 경위를 따지며 대통령과 영재센터 얘기를 나눈 적 없는지 묻자 “증거 없는 얘기는 묻지도 말아라”고 벌컥 화를 냈다. 최씨는 장씨 측이 하는 질문 하나 하나에 격한 감정도 드러냈다. 질문에 답하는 대신 “증거 있는 질문만 해라”, “아까 답했는데 왜 또 묻냐”, “검찰이랑 질문 내용이 비슷한 게 수상하다”, “의혹 제기 그만해라”라며 흥분하자 재판장이 여러 차례 주의를 주는 광경이 연출됐다. 최씨는 이날 자신이 영재센터 설립을 지시했다는 장씨와 김 전 차관, 김동성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의 증언이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불성실한 재판태도를 보인 최씨는 신문 뒤 발언 기회를 얻어 “국가적으로 불행한 사태와 대통령 파면을 초래한 원죄를 국민께 사죄한다”면서 “저한테 제기된 의혹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를 벗기기 위해 재판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한편 최씨의 딸 정유라(21)씨는 이날 덴마크 검찰의 결정으로 한국 송환이 이루어지게 됐지만 정씨가 법원에 곧바로 이의 제기 뜻을 밝힘에 따라, 송환 여부와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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