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대표ㆍ변대규 이사회 의장에
이해진 前의장은 해외 신사업 전념
YG에 1000억 투자… 콘텐츠 협력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인 네이버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와 외부 출신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1999년 회사 설립 때부터 의장직을 맡아 온 이해진 창업자는 2선으로 물러나 해외에서 미래 수익원을 찾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한성숙 대표 내정자와 변대규 휴맥스 회장을 신임 이사로 뽑는 안을 의결했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한 내정자는 네이버의 새 대표로, 변 회장은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지난 8년 간 네이버를 이끈 김상헌 대표와 창업자 이해진 의장의 자리를 각각 이어 받았다. 이번 수뇌부 교체는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다.
2007년 네이버에 합류한 한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표로 내정되기 전까지 네이버의 여러 서비스를 총괄했다. 한류 스타를 앞세워 한국뿐 아니라 동남아에서 인기를 끈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브이 라이브’와 간편 결제 서비스 ‘네이버 페이’ 등의 개발을 주도했다.
변 신임 의장은 가정용 방송ㆍ통신 송수신 기기인 셋톱박스 등을 앞세워 휴맥스를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키운 ‘한국 벤처 1세대’ 기업인이다. 해외 시장 동향과 신기술에 밝고 업계 평판도 좋지만 이날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네이버와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의 실질적인 경영은 한 대표가 맡을 것”이라며 “변 의장은 이사회를 주재하고 이사들 간 의견을 조율하는 상징적 대표로, 의결권은 다른 이사들과 동등하게 가진다”고 설명했다.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의장은 네이버 이사직만 유지하며 미국, 유럽 등에서 신사업 발굴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가 의장직을 내려놓는 건 네이버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와 함께 물러난 김상헌 전 대표는 고문으로서 경영 자문을 할 예정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창업자나 최대주주가 아닌 외부인사가 의장이 되는 건 이례적이다. 카카오(김범수)ㆍ엔씨소프트(김택진) 등은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다음 창업자 이재웅씨는 네이버의 변화를 두고 “상속받은 재벌 회장이 회사를 다시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일반적인 것처럼 인식돼 왔지만 네이버는 새로운 물길을 열어가고 있다”며 “한국경제의 새로운 모범”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누가 회사를 이끄는 것이 최선일지 고민하고 변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시도”라며 “이 전 의장이 이사직을 아예 내려놓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영 상황에 따라 의장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이날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양 사는 한류 콘텐츠 제작과 콘텐츠 창작자 발굴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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