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다국적 석유기업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 기업인이다. 41년을 엑손모빌에서만 근무했는데 공직 경험이 전무한 인사가 미 ‘외교 사령탑’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틸러슨 장관은 1975년 생산 부문 엔지니어로 엑손에 입사한 이후 요직을 거쳐 2006년 CEO에 선임됐다. 상대를 가리지 않은 적극성과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엑손모빌의 사세를 키우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드, 예멘, 리비아, 이라크 등 부패와 독재로 얼룩진 국가들과도 돈 될 만한 사업이라면 거래를 마다하지 않았다. 90년대 후반에는 ‘러시아 프로젝트’를 해결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상당한 친분을 쌓았다. 기업 활동을 하면서 구축한 틸러슨의 ‘문어발식 인맥’은 국무장관 발탁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업인 이상의 세계적 선수”라며 틸러슨의 글로벌 마인드를 높이 샀다.
그러나 취임 뒤에는 색깔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주요 외교ㆍ안보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일이 거의 없고 백악관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에게 밀린다는 전언이 나온다. 기업인 시절부터 언론 접촉을 꺼리는 틸러슨의 은둔자적 성향 역시 존재감을 약화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그는 이번 한중일 순방에도 보수성향 온라인매체 기자 한 명만 대동, 주류 언론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석 중인 미 국방부 부장관에 현직 보잉 수석 부사장인 기업인 패트릭 샤나한을 내정했다. 86년 보잉에 입사한 샤나한 내정자는 CH-47 치누크, AH-64D 아파치 공격용 헬기 등 미 육군의 항공기 공급 업무를 관장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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