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들이 청와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키우던 진돗개들을 혈통보존 관련 단체에 분양키로 한 것과 관련, 결국 ‘퍼스트 도그(first dog·대통령의 반려견)’ 프리미엄이 붙은 번식견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케어와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17일 ‘청와대 진돗개들, 반려동물로 살아야 한다’는 성명을 내고 “진돗개의 혈통을 보존하겠다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진돗개’라는 퍼스트 도그 프리미엄을 붙여 지속적인 번식을 시키고 상품으로 활용하겠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이는 사실상 유기행위보다 더 나쁜 행위”라고 밝혔다. 진돗개들의 혈통 보존 방식은 같은 모견에게서 태어난 새끼들조차 체형과 외모로 나눠 보존과 도태로 분리해 상품처럼 이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동물단체들은 설명했다.
이들은 중성화 수술 조차 하지 않아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수로 증가시킨 박 전 대통령이 이제 와서 혈통을 보존하겠다는 것과 대통령 취임 전 입양 공약을 해놓고 오히려 퇴임 후 9마리의 유기견을 만들었고, 이제는 아예 번식용 개들로 살아가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동물단체들은 “청와대에 주인 없이 남은 진돗개들이 반려동물로서 가정으로 입양 돼 행복하게 산책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재고해 달라”며 “지금이라도 박 전 대통령의 생명권 보호 의무와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호실은 진돗개 아홉 마리 중 성견인 새롬이와 희망이, 새끼 두 마리가 이미 혈통보존 전문단체 한 곳에 분양했고, 나머지 새끼 다섯 마리도 조만간 관련 단체 두 곳으로 분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관저를 떠나 삼성동 사저로 복귀하면서 '진돗개 혈통을 보존하고 잘 관리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달라'고 각별히 당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진돗개 9마리 입양에 나섰던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진돗개는 특성상 첫 주인을 평생 주인으로 생각하는 헌신적인 동물”이라며 “번식견이 아닌 한 가정의 반려견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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