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수사에 돌입하면서 CJ그룹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경영 복귀설’이 돌았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전격 도미(渡美)하고, 미국에 체류중인 이미경 부회장의 귀국이 미뤄지면서 무성한 뒷말이 쏟아지고 있어 CJ그룹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특검이 종료된 직후인 3월 초 미국행 길에 올랐다. 이 회장은 샤르콧 마리 투스(CMT)라는 신경근육계 유전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에서 집중 치료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비자 발급 지연과 특검 수사 등으로 출국하지 못하고 국내에 머물러왔다"며 "구체적 귀국 시기는 특정할 수 없으나 치료 후 국내로 돌아와 경영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사면을 대가로 최순실 등이 주도한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댔다는 의혹을 받아와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할 것을 대비해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선 이 회장이 치료보단 검찰 수사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출국금지 조치로 국내에 머물고 있는 롯데와 SK 등 다른 수사 대상 기업 총수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CJ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를 하지 않은 이 회장은 주요 혐의점이 없기 때문에 출국금지 조치를 받지 않은 것”이라며 “이 회장의 미국 방문은 검찰 수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의 강제 요구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복귀도 늦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11월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 이 부회장 퇴진에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귀국하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자신의 퇴진 배경 등 전 정권의 불법적인 압력 여부에 대해 주도적으로 진술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귀국을 미루고 있다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인으로서 전 정권의 비리 혐의 등을 진술한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치료를 목적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귀국은 더 늦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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