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기업 경영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정기 주주총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과거처럼 기업 주총 일정이 대거 몰리는 ‘슈퍼 주총 데이’가 올해는 17일ㆍ24일로 잡혔다. 올해 주요 이슈는 무엇보다도 정국혼란에, 중국 사드배치 보복 등을 극복할 경영전략 제시와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일부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등이 될 전망이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과 재계에 따르면 17일 현대자동차 LG전자 GS레테일 효성 농심 등 상장사 178개사가 주총을 연다. 사드 배치 직격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기업들의 주총도 이날 집중돼 있다. 24일에는 삼성전자 KT SK이노베이션 ㈜한진 등 928개사가 주총을 개최한다.
올해 주총에는 유독 기업 총수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집중돼 있다. 우선 17일 주총을 여는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현대모비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현대차그룹 광고회사인 이노션은 정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고문을 사내이사로 각각 재선임한다. 현대차그룹은 재선임 절차가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와 서스틴베스트 등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정 회장의 연임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수정 CGCG 연구원은 “2014년 한전부지 고가 매입 등으로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책임이 있고, 현대차 외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등 과도한 사내이사 겸직으로 충실 의무 저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주총을 여는 GS홈쇼핑도 그룹 오너 3세인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 할 예정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GS홈쇼핑이 미르재단에 1억원, K스포츠재단에 1억4,000만원을 출연하는 등 정당하지 않게 회사 재산을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17일 열리는 LG전자 주총에는 정관상 이사의 정원을 최대 9인에서 7명으로 변경하고 구본준 ㈜LG 부회장과 정도현 LG전자 대표이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올라 있다. 또 사외이사에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를 새로 선임한다. 같은 날 주총을 개최하는 ㈜LS와 LS전선, E1은 각각 총수인 구자열 ㈜LS 회장, 구자균 LS전선 회장, 구자용 ㈜E1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네이버는 17일 주총에서 한성숙 대표이사 내정자가 전임자인 김상헌 대표를 대신해 수장에 오르며 변대규 휴맥스 회장이 이해진 이사회 의장에 이어 새 의장이 된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의 입지가 아직도 확고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번 주총에서 지난 1월 승진한 조현준 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다만 5명의 사외이사 후보 중 조석래 회장의 모교인 경기고 출신 3명을 재선임하고, 이들 중 2명을 감사위원 후보로도 올렸다.
24일에는 삼성전자 주총이 열린다. 작년 10월 등기이사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주총으로,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검토와 주주가치 제고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같은 날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의 GS건설 등기이사 재선임을 추진하며 한진그룹도 이날 조양호 회장과 아들 조원태 사장이 ㈜한진 등기이사에 다시 오른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