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中서 한미훈련ㆍ사드 비난 회견
일본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과거 20년간 대북정책은 실패했다”라며 “북한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일간, 한국을 포함한 3국간 협력강화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도록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19일까지 일본에 이어 한국, 중국을 방문하는 틸러슨 장관이 첫 방문국인 일본에서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기존과 확연히 다른 강경한 대북정책을 마련했으며, 새 정책의 구체적인 성과를 위해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압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오후 도쿄 외무성 이쿠라(飯倉)공관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과 회담을 한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어가기 위한 정치외교적 노력은 실패했다”고 강조하며 대북정책 재설정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틸러슨은 새로운 접근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단 “북한과 북한 사람들은 미국이나 북한과 평화롭게 지내고 싶어하는 이웃 나라 사람들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밝히며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해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한국 내에서 재협상ㆍ파기 주장이 일고 있는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의 합의를 지지하며 당사국간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시다 장관은 “트럼프 정부가 검토중인 대북 정책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라며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를 긴밀히 협의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도 회담을 갖고 “미일 동맹이 아시아태평양의 초석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해 미일동맹에 힘을 실었다.
틸러슨 장관이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해 운을 띄운 이날 북한은 주중대사관에서 한국언론을 배제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연합훈련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배치 추진을 맹비난했다. 박명호 주중 북한대사관 공사는 베이징 소재 대사관저에서 “사드는 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을 파기하고 우리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도 위협”이라고 말해 한미일 동맹에 맞선 북중러 3국 연대 형성을 강조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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