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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우경화 첫 고비 넘겼다…네덜란드 극우당 졸전

입력
2017.03.1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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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자유민주당 대표 마르크 뤼터 현 총리가 15일 총선 직후 헤이그에서 '선거의 밤' 행사를 갖고 지지자들과 제1당 수성을 축하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네덜란드 자유민주당 대표 마르크 뤼터 현 총리가 15일 총선 직후 헤이그에서 '선거의 밤' 행사를 갖고 지지자들과 제1당 수성을 축하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네덜란드가 잘못된 포퓰리즘 도미노를 막을 절호의 기회입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지난 13일 총선 직전 소속 자유민주당(VVD)과 선두를 다투는 극우 자유당(PVV)을 겨냥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유당이 승리할 경우 극우 포퓰리즘이 프랑스, 독일 등으로 삽시간 번질 수 있는 상황에서 뤼터 총리는 우려 섞인 목소리로 지지를 호소했다.

15일(현지시간) 선거의 밤, 뤼터 총리의 외침은 공허하게 끝나지 않았다. 오후 9시 투표 마감 직후 자유민주당의 압승이 점쳐지자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으로 포퓰리즘에 ‘스톱(Stop)’을 외친 밤”이라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16일 네덜란드 ANP통신에 따르면 자유민주당은 의회 총 150석 중 33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제1당 자리를 수성했다. 2012년에 비해 8석이나 줄었으나 그보다는 자유당이 20석을 차지, 제2당에 머물러 축포가 터졌다. 네덜란드 일간 NRC는 이날 ”네덜란드가 ’정상적인’ 아침을 맞았다, 포퓰리즘 혁명은 없었다”고 자축했다. 그외 기독민주당(CDA)과 민주66당(D66), 녹색좌파당 등 총 13개 정당이 원내에 입성한다.

자유당의 성패는 선거 돌입 초반부터 ‘유럽 선거의 풍향계’로 주목 받아왔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의 1인 정당인 자유당은 유럽연합(EU) 탈퇴와 유럽 내 이슬람 사원 폐쇄, 쿠란 금지 등 폐쇄주의 공약들로 이민자와 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또한 프랑스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 독일을 위한 대안(AfD) 프라우케 페트리 대표와 함께 ‘유럽 극우 3인방’으로 떠오르며 올해 유럽 정가의 윤곽을 그릴 전조로 여겨졌다.

자유당은 한때 기성정당의 부진 속 제1당에 올라설 것이란 기대에 휩싸였지만, 결국 극우 포퓰리즘에 대한 유권자들의 막연한 환상이 깨지면서 순식간에 고꾸라졌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혼란, 그리고 트럼프의 미국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목격한 네덜란드 유권자들 사이 포퓰리즘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사라 드 랑에 암스테르담대 교수는 “난민 위기와 테러 위협으로 성장한 빌더르스는 결국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패배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유럽은 이제 첫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탈EU, 난민 배척 움직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선 4월 23일 열리는 프랑스 대선과 9월 독일 총선에서도 극우의 승기를 꺾어야 한다. 네덜란드 총선이 극우와의 ‘준준결승’이라면, 프랑스 대선은 준결승, 결승은 독일 총선인 셈이다. 마벨 베레진 미 코넬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빌더르스가 전세계 포퓰리즘 기조를 대변하진 못한다“며 “유럽 포퓰리즘의 승패를 알리는 진짜 승부는 프랑스 대선”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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