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 넘어뜨린 뒤 조치 안해
상해치사 체포 후 혐의 변경
충북 청주청원경찰서는 16일 지적장애가 있는 9세 의붓딸을 밀어 다치게 한 뒤 11시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계모 손모(3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애초 경찰은 손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으나 보강 수사를 통해 부작위 살인죄로 적용 혐의를 변경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가 다친 것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부모로서 자녀를 보호할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난 해 경기도 평택시에서 락스 세례로 딸을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이른바 ‘원영이 사건’과 관련, 법원이 계모와 친부모에 부작위 살인죄를 적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14일 오전 7시 30분쯤 자신이 사는 청원구 오창읍 아파트 화장실에서 의붓딸 A(9ㆍ초등학교 1년)양을 밀쳤다. A양은 뒤로 쓰러지면서 욕조 테두리에 머리를 부딪히며 다쳤다. 손씨는 A양 학교 담임에게 “딸이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문자를 보낸 뒤 방에 누워있는 A양을 방치했다.
손씨는 이날 오후 3시 30분쯤 몸이 굳기 시작한 A양을 발견했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출근한 남편 B(34)씨에게 몇 차례 전화를 걸어 울기만 했다.
A양은 쓰러진 지 11시간이 넘은 이날 오후 6시 50분쯤 퇴근한 B씨에 의해 발견됐으나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병원 컴퓨터단층촬영(CT)결과 A양 머리에서 외상성 뇌출혈이 확인됐다. 몸에서 학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A양은 전북에서 할머니와 생활하다가 지난 2월부터 청주에서 부모와 함께 살았다. 손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7일 진행될 예정이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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