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채팅을 하면서 주고 받은 알몸 사진을 유포하겠다면서 협박해 돈을 요구하는 이른바 ‘몸캠 피싱’에 당했던 20대 남성이, 같은 수법으로 다른 남성에게 수천만 원을 뜯어내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50여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음란 채팅을 하면서 알몸 사진을 찍어 보내도록 유도한 뒤, 이 사진을 피해자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741회에 걸쳐 2,4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공갈)로 김모(24)씨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온라인 상에서 여성으로 위장, 2015년 8월부터 지난 9일까지 랜덤 채팅이 가능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온라인 노예가 돼 주겠다”는 쪽지로 남성들에게 접근한 뒤 답변해 온 남성들에게 노출된 신체부위가 찍힌 사진을 공유하도록 유도했다. 만약 남성들이 김씨에게 여성임을 입증하기 위한 ‘인증사진’을 요구하면, 미리 찍어 둔 다른 여성의 노출사진을 전송하면서 의심을 피해왔다.
사진 속 여성은 지난 2015년 자신에게 똑같은 피해를 안겨준 사람으로, 당시 김씨는 억울한 마음에 상대 여성에 집요하게 연락해 범행 수법을 전수받고, 이 여성의 음란사진까지 넘겨받아 자신의 범죄에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또 자신이 남성이라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현금 송금은 철저히 피했다. 피해자들에게 “문화상품권을 구매해 상품권 일련번호를 보내라”고 요구한 뒤 일련번호를 문화상품권 홈페이지에 등록해 재발행 받아 중고상품 거래 사이트에 액면가의 80~87% 가격에 파는 식으로 현금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를 체포해 확인한 피해자는 250여명이 넘지만, 그 중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는 2명에 그쳤다”며 “직접 대응하기보다는 신속히 경찰에 신고해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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