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원내교섭단체 3당이 5월 9일로 확정된 차기 대선 투표일에 개헌안 국민투표도 함께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15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 원내대표들과 국회 헌법개정특위 각 당 간사 회동에서다. 이들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단일 개헌안 초안을 마련했으며 내주 초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촉박한 대선 일정 속에 개헌안 국민투표까지 병행하자는 것은 무리다. 현실성도 떨어진다. ‘반문(반 문재인) 연대’를 노린 정략적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론상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3당 소속 의원만으로 개헌안 발의 요건인 150명을 넘는다. 개헌안 발의 후 20일 이상 공고, 공고일부터 60일 이내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을 얻으면 대선일인 5월 9일에도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는 있다. 하지만 3당 소속의원 모두와 민주당 내 30여명의 개헌파 의원, 무소속 의원 등을 합해도 개헌안 국회통과에 필요한 200명을 넘기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그룹 등 민주당 다수파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극심한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일반국민도 시일이 촉박한 가운데 대선후보 선택을 두고 고심하는 동시에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의 중요 쟁점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벅차다. 혼란과 혼선만 커질 수 있다. 개헌 찬성 여론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광장에서 표출된 민심은 즉각적 개헌에는 오히려 부정적이다. 3당이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방향을 잡았다지만 권력구조 변경에 대한 토론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아직 충분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대선 투표일에 맞춰 개헌안 국회 통과와 국민투표 절차를 무리하게 서두를 게 아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각 당 후보들이 개헌 방향과 일정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국민의 판단을 받아 차기 정부가 개헌을 추진하는 게 현재로서는 순리다. 우리는 이런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개헌에 소극적인 문 전 대표도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데는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개헌은 광범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작업이다. 제 1당인 민주당이 배제된 채 추진되는 것은 옳지 않다. 더욱이 실현성보다는 특정인에 맞서기 위한 연대의 고리로 개헌 문제를 이용하려 한다면 역풍만 부르기 십상이다. 모처럼 형성된 개헌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그리 해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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