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소환되면 전직 대통령 가운데 네 번째로 대면조사를 받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앞서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가 뇌물수수 연루 정황을 포착하면서 소환 통보를 받았다. 소환조사 당일인 4월 3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청와대 경호실 버스를 타고 대검 청사로 올라온 노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서 “면목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이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노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맡았다. 지난해 말 국회의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 전 수석에게 “노무현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뇌물수수 혐의자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란 문구를 읽어달라고 요구했다. 우 전 수석은 “저는 저런 말 한 적 없다”며 거부했다. 노 전 대통령은 소환조사 뒤 봉하마을에 머물렀으나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론 내리지 못한 상태인 5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김영삼(YS) 정부가 들어선 1995년 ‘5ㆍ18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당시 서울지검에 꾸려진 검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12월 2일 소환통보를 받았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은 소환조사 불응 입장과 함께 정치적 탄압이라며 YS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골목 성명’을 발표하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 격분한 YS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를 지시했고, 검찰은 이날 밤 늦게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다음날 합천에서 전 전 대통령을 검거, 구속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같은 해 박계동 당시 민주당 의원이 ‘4,000억원대 비자금’을 폭로하면서 시작된 대검 중수부 수사 과정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그는 그 해 11월 1일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 출석,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조사를 받았다. 그는 한 차례 더 소환조사를 받은 뒤 2,40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구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8년 만에 포토라인에 서게 될 박 전 대통령은 어떤 말을 남길지 관심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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