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도 없고 정말 나쁜 방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TV 프로그램의 정체는 바로 미국 NBC 방송국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트럼프 본인뿐만 아니라 내각인사, 가족, 심지어 지지자들까지도 이 프로그램의 풍자대상이 됐기 때문이죠.
한국에도 한때 권력 저격수를 자처했던 풍자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TvN SNL 코리아) 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등장한 정치 풍자는 시청자들의 해묵은 갈증을 해결해줄 만큼 시원하지 못하단 평을 받아왔죠.
하지만 새로운 국면이 열렸습니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것이죠. 이 소식이 개그맨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요?
기획ㆍ글=진은혜 인턴기자
디자인=백종호 디자이너 jong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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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남자가 그녀의 이름을 알고
모든 여자는 그녀의 얼굴을 안다”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걸음으로 연회장에 등장한 한 여인
도도하고 농염한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하는
여인의 정체는 배우 스칼릿 조핸슨
끈적이는 목소리가 그녀를 소개한다
“그녀는 아름답고, 권력도 있으며 이미 연루 돼(complicit) 있다”
영상의 정체는 가짜 광고
미국의 NBC의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가
가상의 향수 광고 코너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를 풍자 한 것
“페미니스트, 여성의 옹호자이자 챔피언…그러나 어떻게?
광고는 인권 운동가 이길 자처하면서
트럼프의 반(反)이민 행정명령∙ 성차별적 행보에는
침묵한 이방카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는다
지난 2월엔 배우 멜리사 맥카시가 SNL에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으로 분장해
기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총을 쏘는 기행을 연출 했다
대변인의 강압적인 언론관을 웃음거리로 만든 것
이날 22년 만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트럼프 지지자도 풍자 대상으로 삼았다
2016년 3월 ‘트럼프 지지자를 위한 광고’를 통해
트럼프 지지자들을 백인 우월주의자∙KKK∙나치스트로 묘사했다
이 정도면 ‘트럼프 저격수’이길 자처한 셈.
오죽 트럼프가 ‘나쁜 방송’이라 묘사했을 정도다
하지만 트럼프 패러디 전문 배우 알렉 볼드윈은
“SNL의 메인작가(head writer)는 트럼프다”라며 그의 공로(?)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한국 코미디 프로는 어떤가?
국정 농단,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풍자 소재는 풍년을 맞이한 상황.
하지만 칼날은 아직 무디다
(KBS 개그 콘서트 대통형 中)
장관(서태훈): “선을 보게 돼 곤혹스럽다”
국무총리(유민상):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해줄 증인을 대량 채택해 시간을 끌라”
“본질을 꿰뚫는 풍자가 아니라
단순한 말장난이나 나열식 개그로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시국 풍자도 시들…공개코미디 몰락하나, 한국일보)
한때 한국에도 권력 저격수가 있었다
바로 TvN SNL 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후보를 포함
유력 후보들을 텔레토비에 빗댄 코너다
특히 박근혜 캐릭터인 ‘또’의 거친 욕설이 화제였다
하지만 텔레토비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 5개월 만에
인형 탈을 벗어야 했다
풍문으로만 떠돌던 ‘청와대 외압설’과 함께
문화예술 블랙리스트로 찬물을 끼얹었던
전 대통령의 탄핵이 하나의 신호탄이 된 걸까
코미디언 김민교는 인스타그램에 ‘출격 신호’를 알렸다
제작진의 마음도 비슷했나 보다
3월 10일 SNL 코리아 제작진들이 공식 페이스북에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한 것
성큼 다가온 봄,
풍자도 다시 꽃피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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