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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입력
2017.03.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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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3.16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씨'가 1850년 오늘 출간됐다.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씨'가 1850년 오늘 출간됐다.

1850년 3월 16일 미국 작가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 The Scarlet Letter’가 출간됐다. 보스턴 세관에서 일하던 호손이 실직한 뒤 쓴 최초의 장편 소설로, 이 작품을 통해 그는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섰다.

엄격한 청교도주의가 지배하는 17세기 미국 보스턴의 한 마을. 남편이 없는 동안 사생아를 낳은 헤스터 프린이 간통(adultery)을 의미하는 글자 ‘A’를 가슴에 달고 군중 앞에 선다. 손가락질하는 무리 속에서 그를 지켜보는 두 남자가 있다. 한 명은 존경 받는 목사이자 헤스터의 간통 상대인 아서 딤스데일, 다른 한 명은 오랫동안 외국에 나갔다가 돌아온 남편 로저 칠링워스.

헤스터가 감옥에서 풀려난 뒤 세 사람의 행방은 엇갈린다. 헤스터는 가난한 이웃을 도우며 선행을 이어가고, 딤스데일은 죄의 두려움을 경고하는 설교를 계속하면서 죄책감으로 점차 몸이 쇠약해진다. 한편 아내의 간통 상대를 눈치 챈 칠링워스는 딤스데일의 죄를 만천하에 드러내기 위해 책략을 꾸민다. 7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딤스데일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교를 마친 뒤 교수대 위에 올라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다. 그의 가슴에는 주홍색 글자 ‘A’가 새겨져 있었다.

한국은 2015년 2월 간통죄를 폐지했다.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지금 와선 산뜻한 상식이 됐지만, 호손 시절엔 작가의 상상력으로도 쉬이 닿을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 역시 청교도였던 호손은 일부러 간통이라는 가장 무겁고도 이목이 쏠리는 죄를 가져와, 죄인을 벌하는 것으로 죄를 멸할 수 있다고 믿었던 대중의 이상에 제동을 걸고 싶어 했다.

죄는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종식되는가, 죄를 감출 힘이 있는 자와 그런 가능성조차 차단된 자가 있다면 누가 죄인인가. 호손이 던지는 질문은 간통죄가 사라진 지금도 유효하다. 더불어 그의 인물 설정 또한 유효하다. 미녀 헤스터와 우수에 찬 미남 딤스데일, 그리고 늙고 못생긴 칠링워스 사이에서 독자는 길을 헤매지 않고 작가의 의도를 따라갈 수 있다. 너무 유명해져 버린 제목 때문에 종종 잊히지만 ‘주홍글씨’의 부제는 ‘로맨스(A Romance)’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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