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국제군사우편으로
과자 봉지에 함께 넣어
위문품인 것처럼 ‘눈속임’
뜯어보니 136억 상당 필로폰
통관절차 강화 등 대책
국제군사우편을 이용, 136억 상당의 마약을 밀수한 미군 등이 적발됐다. 위문품으로 보이도록 과자 상자 속에 숨겨 들여왔는데, 미군 군사우편물에서 필로폰이 나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강수산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평택 K-6기지 소속 주한미군 A(20)일병과 한국인 2명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A일병의 동료 미군인 B(20)일병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국내외로 달아난 한국인 4명에 대해서는 지명수배와 함께 인터폴 수배했다.
A일병 등은 지난해 12월11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공범과 짜고 자신의 군사우편으로 필로폰 4.1㎏를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13만6,000여명 동시 투약(1회 0.03g)할 수 있는 분량으로, 그 가격만 136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필로폰을 3봉지에 나눠 담은 뒤 군 위문품으로 보이도록 시리얼 상자 10여 개 가운데 3개에 넣어 눈속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인천세관 내 주한미군 군사우체국(Joint Military Mail Terminal)을 찾아 통관절차를 진행하던 세관 직원의 ‘엑스(X)선 촬영’ 과정에서 덜미를 잡혔다.
A일병 등이 들여온 필로폰을 보관하려 한 한국인 공범 C(25ㆍ구속기소)씨의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에서는 필로폰 89.6g과 코카인 11g이 추가 발견됐다. 일당 가운데 한국인 6명은 미국에서 거주하던 이민 2세들로 2명은 미국 시민권자이고 C씨 등 4명은 미국에서 각종 범죄를 저질러 강제 추방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다른 우편물보다 통관이 쉬울 것으로 예상하고 미군 군사우편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군사우편물은 우정사업본부의 ‘국제우편물류센터’가 아닌 세관 직원이 일정 시간대에 ‘주한미군 군사우체국’을 방문해 통관절차를 진행한다. 그 동안에도 미 군사우편을 통해 소규모 대마, 코카인 등을 몰래 들여오다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이들의 여죄를 캐는 한편 필로폰을 보낸 미국의 공범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A 일병 등 미군은 필로폰을 우편물로 받아 국내 다른 일당에게 건네는 전달책 역할을 하고 돈을 챙기려 했다”며 “미 군사우편물에 대한 통관을 강화하도록 세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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