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이 청소년들의 마약 복용을 감소시켰을 것이라는 가설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미국에서 마리화나(대마초)가 대중화하는 등 마약을 손에 넣기 쉬워졌는데 10대 청소년, 특히 고교생의 마약 사용이 지난 10년 사이에 꾸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이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와 겹친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청소년들은 마약 대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가’ 라는 기사를 통해 이런 가설을 제기했다. NYT에 따르면 마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의 노라 볼코우 소장은 이런 가설이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폰은 감각추구, 의존성 등 마약을 투약했을 때와 비슷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4월 중 전문가 토론회를 하고, 몇 달 안에 이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미 고교생과 대학생의 약물사용에 대한 연례조사인 '모니터링 더 퓨처'에 따르면 지난해 미 고교 8, 10, 12학년생의 마리화나를 제외한 마약 사용이 40년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 마리화나는 미국의 여러 주에서 술·담배와 마찬가지로 의료ㆍ오락용으로 용인되고 있는데도 10년 동안 사용률이 계속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고교 마지막 학년인 12학년생들의 마리화나 사용이 늘었긴 했지만, 엑스터시, 크랙, 코카인 등 다른 모든 마약 사용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볼코우 소장은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동안 청소년들은 문자 그대로 마약을 복용했을 때와 비슷한 흥분상태가 된다”며 “상호작용이 가능한 미디어'가 마약의 대용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약물남용 전문가인 컬럼비아대 실비아 마틴즈 박사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는 주장”이라며 “비디오게임이나 소셜미디어를 하는 게 감각추구의 필요성을 충족시켜 준다”는 주장을 폈다. 다만 이에 대한 과학적 입증은 필요하다는 게 마틴즈 박사 입장이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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