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으나 관심을 끈 대통령 선거일 지정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총리실 측은 “이번 주 중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심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일 공고는 선거 50일 전까지여서 20일까지 대선일을 확정하기만 하면 된다. 다만 이미 5월 9일 화요일이 확정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선일 지정을 미루는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다.
조기 대선으로 후보 검증 시간이 턱없이 모자란 점을 감안하면 5월 9일 이외의 대안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더욱이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도 대선일 지정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야권이 “대선 일정을 빨리 확정해 달라”고 촉구하는 까닭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총리의 역할”이라며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대선일을) 확정해 달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황 대행이 대선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느라 대선일 지정을 미루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한다. 실제 황 대행은 최근 수개월 간 정치권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유력 대선후보가 없는 자유한국당이 그에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는 배경이다. 자유한국당은 13일 황 대행에게 출마 길을 열어주기 위해 예비경선(이달 18일)이 끝난 후에도 후보 등록을 할 수 있는 특례까지 만들었다. 이에 반발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예비 경선을 거치지 않고 본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특례 규정을 둔 것은 특정인을 위한 ‘새치기 경선’”이라며 경선 불참을 선언하는 등 심각한 내분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대통령 궐위’라는 초유의 국가 비상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 금리인상ㆍ보호주의 압력 등 경제 및 안보 위기가 심각하다. 황 대행은 국정 공백을 막고 조기 대선을 엄정하게 관리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만일 ‘선거관리’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자인 황 대행이 국정을 방기하고 대선에 출마한다면 “심판이 선수로 나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황 대행은 박근혜 정부 실패에 책임이 있는 핵심 인사다. 국민적 요구인 특검 연장을 거부해 여론의 비난을 받은 바도 있다. 시간을 끌어 대선 출마를 저울질한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해 마땅하다. 황 대행은 대선 정국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보태지 말고 조속히 대선일을 지정하고, 분명하게 불출마를 선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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