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CFO “주주와의 약속”
5월 말 컨퍼런스콜 개최할 듯
총수 지배 강화ㆍ미전실 대안 기대
종가 206만8000원 사상 최고가
일각선 “위험한 모험” 시각도
총수부재의 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멈추지 않고 있다. “당장 지주회사 전환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시가총액이 290조원까지 치솟은 거대 기업의 분할 검토에 시장은 요동쳤다.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상훈 사장은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제청장 초청 간담회에 참석,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질문에 “주주들에게 약속한 사안이라 차질 없이 검토해 예정대로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이 사장이 언급한 발표 예정일은 오는 5월 말이다. 이 사장은 "해외 주주들이 있기 때문에 발표 방식은 컨퍼런스콜(전화를 이용한 기업설명회)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9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배당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함께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공식 발표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법적으로 복잡한 사안이라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업의 최적구조를 검토 중”이라며 “기간은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의 발언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원론적인 수준”이라고 확인했지만 재계는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지배구조 개선 방법이 지주회사 전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율이 50.7%나 되지만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4.91%에 불과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주주인 삼성생명 지분(7.55%)과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삼성물산 지분(4.25%) 등을 다 합쳐도 18%에 그친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면 상법상 사업회사에서는 자사주(12.78%)에도 의결권이 부활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아진다. 현재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막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도 지주회사 전환을 재촉할 여지가 있다. 게다가 지주회사가 생기면 미래전략실 해체로 사라진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너무 위험한 모험”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사회적 비판이 쏟아질 것이 확실한데다 이 부회장이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삼성전자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면 지주회사로 전환할 방법이 없는데, 그렇다고 지금 강행했다간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5월 말에도 ‘법적ㆍ사회적 여건이 마련되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수준의 발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 검토 소식이 전해진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87% 오른 206만8,000원에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다시 기록했다. 9.09% 급등한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SDS(5.10%) 삼성화재(2.92%) 등 삼성 계열사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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