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넘기기 위한 사전 준비”
“유가족 기다리기 위한 조치” 엇갈려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시신을 방부 처리했다.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유가족이 시신 인수에 나서지 않는 등 시신 처리 문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14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맛 자히드 하미디 부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남 시신이 쿠알라룸푸르 병원 영안실에서 다른 곳으로 이송됐다”며 “부패를 막고 시신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현지 뉴스트레이츠타임스(NST)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 12일 오후 7시30분 쿠알라룸푸르병원 국립법의학연구소 영안실에서 김정남의 시신을 반출했다. 보건부 밴 차량에 실려 한 민간장의업체로 옮겨진 김정남의 시신은 방부 처리를 받은 뒤 약 3시간 만인 10시 30분께 영안실로 돌아왔다.
시신을 방부 처리한 것으로 알려진 현지 장의업체 관계자는 “우리 일은 시신을 꾸미는 일”이라며 “(유가족 등)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적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부 처리뿐만 아니라 시신의 외관까지 수습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번 작업이 북한 당국자나 유가족 등에게 시신을 확인시켜주기 위한 사전 준비로도 관측된다. 특히 김정남 피살 사건을 놓고 단교 직전까지 갔던 말레이와 북한의 공식 협상이 임박한 상황에서 방부 작업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신을 북한에 넘기기 위한 사전준비라는 분석도 있다. 시신 해외 운송 시에는 사전에 통상 방부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 소식통은 “단교 직전까지 갔던 양측이 마주앉게 되는 자리”라며 “말레이 정부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신의 북한행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보건부의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일반 시신이 아닌, 범죄에 의한 시신 처리에 있어 해당 시신은 경찰청장의 허가 없이 외부로 반출할 수 없다”며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유가족을 기다리기 위한 준비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 경찰은 지난 10일 시신의 신원을 김정남으로 공식확인했다. 하지만 유가족이 육안으로도 확인하기를 희망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준비는 필요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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