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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에 눈칫밥까지…‘통학러’의 비애를 아십니까

입력
2017.03.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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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생들은 막대한 교통비, 피로, 학내 문제 등 다중고(多重苦)를 겪고 있다. 김주영 기자
통학생들은 막대한 교통비, 피로, 학내 문제 등 다중고(多重苦)를 겪고 있다. 김주영 기자

일산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통학하는 신입생 권모(19)씨는 선배들이 술을 마시자고 할 때마다 고민이다. 막차가 오후 11시쯤 끊기는 탓에 선배들보다 먼저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네가 가는 바람에 파토났다”는 선배의 말을 들을 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결국 그는 개강 열흘 만에 집에 가기를 포기하고 과 사무실과 도서관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다. 권씨는 “멀리서 다니느라 체력적으로도 힘든데 눈칫밥까지 먹어야 하니 몸도 마음도 다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고달픈 통학생을 뜻하는‘통학러(통학생+사람접미사 er)’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통학생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의 비싼 생활비에 교통여건의 개선이 더해지면서 통학러의 통학 범위는 기존 경기권을 넘어 강원까지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의 조사결과 수도권-서울 통학생은 2010년에 23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2012년 춘천과 용산을 잇는 ITX-청춘 열차와 지난해 경기 평택, 동탄을 경유해 수서에서 목포, 부산까지 가는 수서고속철도가 개통되는 등 교통 여건이 좋아진 것을 감안하면 통학러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긴 통학시간으로 인한 피로 누적은 통학러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4년 수도권 거주 대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통학생들은 하루 평균 약 135.6분을 길 위에서 소모했다. 수업시간이 직장인들의 출퇴근시간과 겹치는 경우엔 지하철ㆍ버스에서 꼬박 1시간 이상 서서 가야 한다. 3년 동안 화성에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 거리를 통학해온 안모(24)씨는 “학교에 도착하기만 해도 피로가 쌓였다”고 토로했다.

과도한 교통비 부담 역시 문제다. ITX-청춘 열차를 타고 다니는 이 씨의 한 달 교통비는 약 20만 원. 각종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조사한 대학생 평균 용돈이 40만 원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용돈의 절반이 교통비로 지출되는 셈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설문에서도 통학생들은 서울에 사는 대학생들보다 하루 평균 1,004원의 교통비를 더 지출한다고 조사됐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이 장거리 통학을 선택하는 이유는 자취비가 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2015년 알바몬이 대학생 5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취를 하는 대학생들의 월 평균 생활비는 48만 8,934원, 부모와 함께 사는 대학생의 생활비(36만 6,000원)에 비해 10만원 이상 높았다. 3년째 천안에서 서울로 통학을 하는 박모(22) 씨는 “서울은 월세가 비싸 자취를 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데다 자취여건이 좋은 교내 기숙사는 수도권에 산다는 이유로 들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시연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교육국장은 “대학교 기숙사의 수용률이 낮아 지방출신 학생들조차 모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학생들의 통학 선택은 불가피하다”며 “저렴한 기숙사를 확충하거나 대중교통비를 할인연령을 만24세까지 높이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한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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