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다, 넣다, 놓다, 닿다, 땋다, 빻다, 쌓다, 찧다, 좋다’는 ‘낳고, 넣지, 놓은, 좋아’ 등과 같이 어떤 어미를 만나더라도 어간의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 불규칙용언이 아니라는 말인데, ‘좋다’만 빼고 모두 동사다. 이들 외에 어간 끝음절의 받침이 ‘ㅎ’인 말은 모두 형용사다. ‘까맣다, 거멓다, 노랗다, 누렇다, 말갛다, 뿌옇다, 좁다랗다, 그렇다, 이렇다, 어떻다, 조그맣다, 동그랗다’ 등. 그런데 이들은 ‘까마면(까맣+면), 누레(누렇+어), 좁다란(좁다랗+ㄴ), 그럴(그렇+ㄹ), 동그랬어(동그랗+었어)’와 같이 특정한 어미와 만나면 ‘ㅎ’이 탈락한다. 히읗불규칙용언인 것이다. 정리하면, “어간 끝음절의 받침이 ‘ㅎ’인 형용사는 모두 히읗불규칙용언이다. 단, ‘좋다’는 아니다.”
‘노랗다, 동그랗다’는 ‘노래, 동그랬다’로, ‘누렇다, 둥그렇다’는 ‘누레, 둥그렜다’로 활용한다. 활용형에 모음조화가 적용됨을 알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그렇다, 어떻다’도 ‘*그레, *어떼’로 됨직하지만 이들은 모음조화와 관계없이 ‘그래, 어때’로 적어야 한다. 본말이 ‘그러하다, 어떠하다’인 것과 관계가 있다. ‘그러하여→그러해→그래’. 즉, ‘그러하여’의 준말인 ‘그러해’가 다시 줄어들어 ‘그래’가 된 것이다.
히읗불규칙용언이 어미 ‘네’와 결합할 때는 ‘ㅎ’이 탈락하기도 하고 탈락하지 않기도 한다. 즉, ‘노랗네, 그렇네, 조그맣네’와 같이 써도 되고 ‘노라네, 그러네, 조그마네’와 같이 써도 된다는 뜻이다. 종전에는 ‘ㅎ’을 탈락시킨 것만 맞는 표기로 인정해 왔으나, 불규칙활용의 체계성과 현실의 쓰임을 고려하여 2016년부터는 ‘ㅎ’을 탈락시키지 않은 것도 표준형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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