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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항문 삽입 일회용 검사기… 소독하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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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항문 삽입 일회용 검사기… 소독하면 된다고?

입력
2017.03.1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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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실금 검사기 10번 재 사용

산부인과 병원장 행각 보도에

“위법아냐” 떳떳하다는 의료계

밥 그릇 지키기 ‘여론전’ 민낯

일회용 재사용해도

형사벌 없는 의료법도 ‘과제’

그림 1게티이미지뱅크
그림 1게티이미지뱅크

지난 7일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금공단 의료급여를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벌법상 사기)로 병원장 송모(54)씨를 구속했습니다. 송씨는 산부인과를 하면서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8년간 서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를 무려 14억 원이나 챙겼습니다. 수법은 간단했습니다. 쓰지 않은 의료기기를 사용한 것처럼, 하지 않은 치료를 한 것처럼 계산서를 꾸며 국민건겅보험공단에 청구만 하면 통장에 돈이 꽂혔습니다.

의료계 비리의 단골메뉴 ‘리베이트’ 관행도 있었습니다. 송씨가 의료기기 납품업체 대표 황모(48)씨 등으로부터 성형에 쓰이는 실리콘 보형물 8,800만원 상당을 챙긴 것입니다. 황씨는 병원장 송씨의 요구로 허위 계산서까지 꼼꼼히 작성해줬습니다. 그렇게 둘이 짠 것만 2,300차례에 달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보다 더 충격적인 행각은 따로 있었습니다. 항문이나 요도 등에 삽입하는 일회용 요실금 검사기구 ‘카테터’를 무려 1,700여 차례(누적) 재 사용한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내부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이런 비윤리적인 행태는 사실 제보가 아니었다면, 확인하기 힘든 것이었을 겁니다.

경찰은 송씨가 이 일회용 검사기구 1개를 여러 환자들에게 많게는 10번까지 재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청결하게 닦고 소독한다고 해도 말 그대로 ‘일회용’ 기구인데…, 송씨를 믿고 제 몸을 맡긴 환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어떠했을까요?

그런데 보도가 나가고 난 뒤 반성(?)할 줄 알았던 의료계가 되레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법 위반이 아닌 행위로 경찰이 의사들을 망신 주고 있다는 식이었습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측은 “카테터 등은 재 사용이 금지된 의료기기가 아니다”고 주장도 했더군요. 카테터가 일회용이긴 하지만 다시 쓰더라도 문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몇몇 인터넷 언론에 공개적으로 기사까지 냈습니다. ‘수술도구도 재활용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 모든 의료용품 재 사용을 금지하려면 수가 현실화부터 하라’ 면서요.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그들의 주장을 꼼꼼히 들여다봤습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이들의 주장은 맞았습니다. 산부인과 의사 송씨가 카테터를 1,000번 넘게 다시 쓴 행위는 법률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의료법(제4조6항)은 ‘한 사람의 신체에 의약품, 혈액, 지방 등을 투여ㆍ채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사침, 주사기, 수액용기와 연결줄 등을 포함하는 수액세트 및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 에 한정해 재 사용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법 규정이 이렇다면, 의료기기 제조사들은 왜 굳이 카테터 등에 ‘일회용’이라는 단어를 붙여 판매할까요? 당연히 감염 등 우려가 크고 반복 사용하면 성능이 아무래도 떨어지기 때문 아니겠어요.

헌데 더 놀랄 만한 게 의료법에 숨어있었습니다. 법이 금지한 주사 의료용품 등을 재 사용해도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C형 간염 집단발병 등이 논란된 것을 계기로 지난 7일 강화ㆍ시행된 ‘의료법 시행규칙’(제39조의3) 등에도 면허자격 정지ㆍ취소 등 행정벌이 전부였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카테터 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사바늘 등을 수만 번 다시 쓴 의사를 사법 심판대에 올릴 수 없다니요.

의료계 거센 항의에 자신 있게 의료기기 재 사용 문제를 거론, 경각심을 일깨웠던 경찰도 머쓱한 모양샙니다. 경찰은 뒤늦게 병원장 송씨의 범죄사실은 의료급여와 리베이트 비리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결론에 다다르다 보니 법 규정이 이토록 약한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한 경찰관이 이렇게 되묻더군요. “의료계의 돈과 입김이 그 정도로 센 거 아니겠어요?” 하긴 검찰과 경찰의 ‘입법로비’ 수사에서 의료계가 자주 등장하긴 했습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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