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판결 이후 조기 대선 레이스 분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5월9일을 대선일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요 대선 주자들 움직임도 빨라졌다. 탄핵 인용 결정으로 불확실성의 구름이 어느 정도 걷히자 각 당도 경선 일정을 속속 확정하고 있다. 이로써 원내 5개 정당은 모두 후보를 내고 출발선에 서게 됐다. 하지만 50여 일의 짧은 기간에도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본선이 다자 구도가 될지 양자구도가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선거초반은 다자 구도 힘겨루기”
정부는 조기 대선 날짜를 5월 9일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13일 "안 그래도 일정이 촉박하기 때문에 선거일을 최대한 늦춘 5월 9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헌재 선고가 확정된 다음 날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고, 선거일은 50일 전까지 공고돼야 한다. 따라서 대선일은 4월29일부터 5월9일 가운데 하루가 정해져야 하는데 5월 초 징검다리 연휴를 감안하면 9일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주 중 국무회의를 거쳐 5월9일로 선거일을 확정해 공고하면 정치권은 즉시 대선 체제로 빨려 들게 된다.
정치권 분석을 종합하면 선거 초반은 현재의 다자 대결 구도 속에서 힘겨루기가 진행될 공산이 커 보인다. 심상정 대표로 후보를 확정한 정의당 외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의 당내 경선도 4월초까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4월 초 각 당의 후보가 확정되면 합종연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이른바 제3지대의 연대 가능성에 정치권 이목이 집중돼 있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대선을 독자적으로 완주하기에는 세력이 약하다”면서 “결국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하나로 뭉치고 김 전 대표가 모종의 역할을 해 3자 대결로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3지대 연대론 시나리오도 적지 않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독자 출마 의지가 강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구여권 이미지가 강한 바른정당과 연대를 할 경우 본선에서 호남 표를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쉽게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니다”라고 했다. 때문에 성향상 큰 거부감이 없는 바른정당과 김 전 대표간 연대가 이뤄지고, 안 전 대표가 독자 출마해 민주당 한국당 후보와 4자 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 반문 양자 가능성도
정치권에서는 대세론을 구가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비문 대표주자간 양자대결 구도의 성사에도 관심이 많다. 양자 구도의 키 플레이어는 김종인 전 대표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김 전 대표는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을 넘나드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번 대선을 ‘민주당 대 개혁세력’으로 규정한 뒤 양자대결을 위한 비문 진영의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을 꺾기 위해서는 반문 진영의 대동단결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가 최근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한국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달라”고 뼈있는 농담을 한 것도 양자 구도를 겨냥한 사전포석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양자 구도가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안철수 전 대표가 김 전 대표의 반문 드라이브에 냉담하다. 이념지평상 좌우로 배치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치기도 쉽지 않은 구도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판 자체가 야당으로 기울어져 있는데다 대선 기간도 짧아 복잡한 연대 셈법을 전제로 하는 양자대결은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a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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