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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병헌 "연기 신? 요즘 연기 잘하는 사람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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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병헌 "연기 신? 요즘 연기 잘하는 사람 많잖아요"

입력
2017.03.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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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1991년 데뷔해 올해로 27년 차를 맞은 배우 이병헌. 이제 어떤 작품을 만나도 무덤덤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이병헌을 설레게 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영화 '싱글라이더'가 그랬다. "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기쁨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고 재차 강조한 이병헌은 극 중 기러기아빠 강재훈 역을 맡아 심금을 울리는 감성 연기를 펼쳤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훌륭한 시나리오를 받아보기 힘들어요. 사실 요즘 영화는 한 쪽 방향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죠. '싱글라이더'는 우리가 목말랐던 장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완성도까지 훌륭했어요. 배우들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관객도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죠. 이 영화의 정서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싱글라이더'는 이병헌의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와 배우 하정우가 제작에 참여했다. 이병헌과 하정우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진 셈이다.

"하정우가 제작에 참여하는 건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서야 알았어요. 프로덕션 사무실에 감독님을 만나러 갔는데 하정우가 와 있더라고요. '정우 씨, 우리 잘해봐요' 이런 대화를 나눴던 것 같아요. 연기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요."

영화 속 강재훈은 인생의 끝자락에 선 캐릭터다. 하루 아침에 부실채권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었고, 오래 전부터 우울증을 앓은 인물이다. 아내 수진(공효진)과 아들을 만나러 호주로 가지만 더욱 쓸쓸한 고독과 마주하게 된다. 초점 없이 무기력한 강재훈과 '인간' 이병헌의 공통점이 있었을까.

"강재훈처럼 우울증을 겪지는 않았지만 어떤 거대한 상황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것은 비슷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났을 때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이잖아요. 그 모습이 저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싱글라이더'는 강재훈이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살면서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자신에 대해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 강재훈의 마지막 장면은 깊은 여운을 준다.

"아직도 강재훈은 쓸쓸하고 안쓰러운 인물로 기억돼요. 마지막 절벽 신도 일부러 비현실적인 공간을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마치 이 세상에 마지막을 고하는 정서가 느껴지잖아요. 강재훈은 세상에서 가장 처연한 인물 같기도 하고, 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우리 모습 같기도 하고요."

모든 걸 잃은 강재훈과 '톱배우' 이병헌은 사실 상 간극이 크다. 27년의 연기 생활 동안 배우로서는 늘 정상의 자리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사실 액션영화에서 사람을 죽이거나 싸우는 게 더 일상과 거리가 먼 얘기죠. 영화 속 강재훈과 같은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는 사람은 많잖아요. 아마 하루에 몇 번씩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극중 강재훈과 호주에서 내내 함께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찾은 유진아다. 유진아 역을 맡은 안소희는 꽤나 안정적인 연기로 극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굉장히 열정적인 친구였어요. 연기하는 데 부담이 커 보이기는 했죠. 감독님과 끊임없이 토론을 하고 제게도 연기에 대해 물어보는데 그런 열정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사를 이렇게 하면 어떻겠니?' 정도의 조언을 해주기도 했죠."

이병헌에게는 '연기 신' '연기 본좌'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 매 작품에서 완벽한 연기력을 과시하며 생긴 별명이다. 이병헌은 "이제는 연기 잘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지 않나"라고 말하며 웃었다.

"사실 그렇게 불리는 게 부담이 되기도 하죠. 최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스타일이에요. 계속 부담을 느끼면 어깨가 굳어서 연기를 못할 것 같아요. 본격적인 운동 전에 워밍업을 하는 것처럼 늘 몸에 힘이 안 들어간 상태였으면 좋겠어요."

상업적인 색깔을 띄지 않은 영화지만 이병헌이 '싱글라이더'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은 상당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제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낀 먹먹함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요즘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가고 있잖아요. 바쁜 발걸음을 멈칫하게 만드는 여운을 남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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