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수주 ‘잭팟’
이란이 경제제재 중이던 2년전
공사 참여 요청 받고 반신반의
이후 스킨십 영업으로 신뢰 얻어
대림산업도 정유공장 건설 수주
건설업계 재건사업 참여 기대감
2015년 초 현대엔지니어링은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메일에는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로 명성이 높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란 건설공사에 참여해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미국의 대 이란 경제 제재가 풀리기도 전인데다 이란에서 진행중인 공사도 없던 현대엔지니어링은 메일 내용을 반신반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지 업체 등을 통해 사업 추진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어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자 본격 영업에 착수했다. 경제제재가 풀리기 전이지만 2015년 8월 이란 현지사무소를 개설하고 공사 발주처, 협력사 등과 인연을 쌓으며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대 이란 경제제재 해제 설이 돌기 시작한 뒤로는 해외영업 담당 임직원을 수시로 파견해 매일 발주처를 방문하는 ‘밀착 영업’을 폈다.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사업 중 가장 큰 3조8,000억원짜리 공사는 이렇게 그냥 흘려 보낼 수도 있었던 한 통의 이메일에서 시작됐다.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이란에서 국내 건설사의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함께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국영정유회사(NIOC)의 계열사인 아흐다프(AHDAF)가 발주한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를 30억9,800만유로(약 3조8,000억원)에 수주하고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공사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1,100km 떨어진 페르시아만 톤박(Tonbak) 지역의 세계 최대 규모 가스전인 사우스파(South Pars)에 에틸렌(연산 100만톤) 모노 에틸렌글리콜(50만톤) 고밀도 폴리에틸렌(35만톤) 선형저밀도 폴리에틸렌(35만톤)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것이다. 예상 공사 기간은 착공 후 4년(48개월)이다.
수주액은 지난해 말 대림산업이 이란에서 수주한 2조2,334억원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를 뛰어넘어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따낸 공사 중 가장 크다.
이번 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발주처에 공사비를 주고 향후 이자를 붙여 되돌려받는 시공자금융주선(EPCF) 방식으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국내 금융기관이 전체 자금의 85% 안팎을 조달하게 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리기 전부터 보여준 스킨십 영업이 발주처에 믿음을 줬고 최종 수주로 이어진 것"이라며 "이란 내 신인도와 경쟁력을 더욱 높여 추가 수주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란 건설시장의 ‘터줏대감’으로 불려온 대림산업도 지난해 말 낙찰통지서(LOA)를 받은 이란 이스파한 오일 정유회사(EORC)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 계약을 지난 12일(현지시간) 체결했다. 대림산업이 단독 수주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400여㎞ 떨어진 곳에 있는 이스파한 지역에서 가동 중인 정유공장에 추가 설비를 짓는 공사다.
현대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에 이어 이란 건설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추가 수주가 계속될 지도 관심사다. 우선 대림산업은 이르면 오는 9월 20억 달러(약 2조2,800억원) 규모의 박티아리 댐ㆍ수력발전 플랜트 공사도 따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알와즈와 이스파한을 잇는 약 49억 달러(5조6,000억원) 규모의 철도 공사도 양해각서(MOU)를 맺은 상태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등도 이란에서 병원과 도로ㆍ철도, 석유화학 플랜트와 발전 공사 수주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경제 재건을 시작한 이란이 가장 급하고 수익성이 있는 사업부터 발주를 진행하고 있다”며 “플랜트와 토목,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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