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방복 입은 최길수 소방사
본인은 3층서 뛰어내려 부상
결혼을 3주 앞둔 새내기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시민을 구하다 부상을 당했다. 새내기 소방관 덕분에 일가족 4명을 포함한 시민 5명은 큰 부상 없이 목숨을 구했다.
13일 용산소방서에 따르면 최길수(34) 소방사는 11일 오후 11시쯤 용산구 한 다가구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에 동료들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를 포함한 구조대는 “시민 5명이 아직 대피하지 못했다”는 주민들 고함 소리에 주저 없이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구조대는 먼저 화마가 덮친 3층에서 겁에 질려 있던 아이 2명을 발견하고, 보조마스크를 씌워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이어 4층에 있던 거주자 한 명도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안심도 잠시, “아이들 부모가 아직 탈출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최 소방사는 김성수(43) 소방장과 함께 3층 수색을 위해 다시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다행히 3층에서 부모를 발견한 최씨는 탈출을 위해 부모에게 보조마스크를 씌웠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벌어진 천장 틈으로 불길이 번지면서 부모와 구조대를 덮쳐 밖으로 빠져나가는 길목이 막혔다. 최 소방사와 김 소방장은 몸으로 불길을 막아 부모의 탈출을 도왔다.
아이들과 부모를 안전하게 탈출 시키고 빠져 나오는 과정에서 김 소방장은 얼굴과 손에 화상을 입었다. 빠져나갈 통로가 불길에 막혀 3층에서 1층으로 뛰어내린 최 소방사도 허리를 다치고 말았다. 최 소방사는 병상에 누워서도 “화재현장에서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게 소방관의 의무”라며 자신이 구조한 가족의 안부부터 챙겼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동료들은 올해 1월 처음 소방복을 입은 새내기임에도 두려움 없이 시민들을 위해 나선 최 소방사에게 엄지를 치켜 세웠다. 다만 다음달 1일 결혼을 앞둔 사실을 알기에 “집 안으로 뛰어들던 모습을 보며 마음을 졸였다”고 입을 모았다.
“하루 빨리 나아 신랑입장 때 씩씩하게 걸어 들어가야지.”
동료들은 결혼을 앞둔 최씨가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화촉을 밝힐 수 있길 기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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