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 스캔들’에 방위장관 연루
지지율 하락세에 기름 부어
탄탄대로를 달리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부인 아키에(昭惠)여사가 관련된 우익 학교법인의 국유지 헐값매입 논란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아베 측근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장관이 해당 학교법인의 고문 변호사를 맡은 사실까지 공개되면서 논란이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60%를 상회하던 아베 총리의 고공 지지율에 이상징후가 뚜렷해지는 추세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지난 11~12일 실시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50%에 그쳤다. 이는 한 달 전 조사 때 55%에 비해 5%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종전 조사 때보다 4%포인트 증가한 31%를 기록했다. 여전히 5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마이니치 조사에서 6개월 만에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게 주목된다.
지지율 하락에는 오사카(大阪) 국유지 매입특혜 및 정치권로비 의혹에 휩싸인 오사카 모리토모(森友)학원 문제가 결정타로 작용한 듯하다. 모리토모학원 의혹에 대한 아베 정부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이 75%에 달했을 정도다. ‘납득된다’(8%)는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다. 아키에 여사가 이 학원이 건립하려는 초등학교 명예교장을 이미 사퇴했음에도 ‘여전히 문제가 된다’고 답한 비율도 58%에 달했다. ‘사퇴했으니 문제없다’(23%)는 의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특히 민진당의 오가와 도시오(小川敏夫) 의원은 13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모리토모학원의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이사장이 인터뷰에서 이나다 방위장관이 과거 자신의 고문변호사를 맡았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아베 총리의 강한 부인에도 그가 이사장이 친구인 학교법인의 대학에 수의학부를 신설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새로운 의혹까지 제기됐다.
여권 주변에서는 아베 지지율 이상기류가 일정한 흐름을 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교도(共同)통신이 11,12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55.7%로 한달 전 조사 때 61.7%에 비해 6%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는 교도통신이 올 들어 실시한 여론조사 중 가장 낮은 지지율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지지율 숫자 자체만 보면 여전히 강세지만, 최근 급격히 하락 한다는 게 문제다.
60% 안팎의 콘크리트 지지율에 결함이 생긴 데엔 우익학교법인 문제가 크게 작용했지만 앞으로도 하락세가 쉽게 멈추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총리관저의 고민이다. 지난해 장화를 신지 않고 이와테(岩手)현 폭우 피해지역 시찰에 나섰다가 직원 등에 업혀 이동해 언론의 비판을 받은 무타이 순스케(務台俊介) 내각부 정무관(차관급)은 이번엔 “장화가 많이 팔렸을 것”이란 실언에 이은 사퇴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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