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원한다”는 보톡스 주사
“불편해 한다” 땐 멍 풀어줘
대통령 비선진료의 중심에 선 성형외과 원장 김영재(57)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암호를 정해 놓고 청와대에 들어가 미용시술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등에 따르면 김씨는 박 전 대통령의 호출로 부인 박채윤(48)씨와 청와대에 출입할 때 이영선(39) 경호관(전 행정관)에게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 특검 수사결과 김씨는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최소 14회 청와대 관저에 출입했으며, 이 가운데 5회 이상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보톡스 등 간단한 미용성형 시술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김씨 부부에게 청와대로 부르는 이유를 직접 연락해서 알려주지 않은데다, 이 전 행정관에게도 시술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대신 김씨 부부에게 용건을 짐작할 수 있는 문구를 암호처럼 알려줬다.
이 전 행정관이 김씨 부부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상담을 원한다” “물어볼 게 있다고 한다” 등의 표현을 쓸 때는 박 전 대통령이 보톡스 시술을 원하는 것이었다. 시술에 필요한 주사기는 사전에 관저에 보관해뒀기 때문에 김씨 부부는 보톡스만 챙겨 청와대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이 보톡스 주사를 맞은 시기는 주로 외국순방을 앞두거나 외국정상의 방문 직전이 많았다.
이 전 행정관이 “대통령이 불편해 한다”고 전하면, 박 전 대통령이 얼굴이나 손목 등에 멍이 들어 그걸 풀어달라는 의미였다. 박 전 대통령은 멍이 잘 드는 체질이고 피부 트러블이 많아 평소에 피부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김씨는 박 전 대통령의 멍을 없애거나 약하게 하기 위해 ‘히알라제’라는 주사제를 놓았다. 김씨는 히알라제를 처음 사용할 때는 청와대로 직접 들고 갔지만, 여분을 관저에 두고 나와서 이후에는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김씨 부부에게 대통령과 사전에 정해놓은 문구가 전달되지 않으면, 시술 목적이 아니라 다른 용건 때문에 부르는 것이었다. 김씨 부부의 사업을 도와주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이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부르는 경우가 많았고, 일상적인 대화가 오가거나 기도를 함께 하기도 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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