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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한샘, 피보다 진한 전문경영인 체제.. 5년간 기업가치 20배 뛰어

입력
2017.03.1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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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매출 첫 2조원 돌파 전망

이케아 국내 진출에도 상승세

국내 인테리어 업체 1위 굳혀

창업주 가문 경영 참여 배제

최양하 회장 등 임원 영향력 커

강승수 부회장 주도 中 진출 시동

"매출 1조요? 한샘은 2조, 3조 더 나아가 매출 10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2013년 1월 최양하(68) 한샘 회장이 기자들과 신년회 자리에서 이런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중소기업 가구사가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더 많았던 데다가, 조만간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할 거라는 소문이 무성해 최 회장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회장의 호언장담은 빈말이 아니었다. 한샘은 그 해 국내 가구사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의 벽을 넘어섰다. 그 후 3년만인 지난해엔 매출 1조 9354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업 가치도 덩달아 급등했다. 2012년 12월 주당 1만 5,300원에 불과했던 한샘 주가는 지난 9일 현재 21만 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년새 기업가치가 20배 가까이 뛴 것이다.

싱크대 제조회사가 국내 인테리어 1위 업체로

한샘은 1970년 서울 은평구 연신내에서 부엌용 싱크대 제조회사로 출범했다. 창립자인 조창걸(78) 한샘 명예회장은 당시 주부들이 아궁이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서양식 ‘입식주방’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싱크대 제조회사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라이벌 회사가 된 퍼시스의 김영철(78) 전 명예회장도 친구이자 서울대 동문인 조 회장과 의기투합해 한샘 창업과정에 참여했다.

싱크대 제조회사였던 한샘은 1970~80년대 국내 아파트 건설 붐을 타면서 회사 덩치를 불려갔다. 90년대 분당과 일산 등에 대규모 신도시가 건설 되자 한샘은 더 이상 부엌가구 회사라는 틀에 갇혀있길 거부한다.

한샘은 이때부터 ‘종합 홈 인테리어 기업’이란 목표로 국내 가구 시장을 공략해 나갔다. 한샘의 폭풍 성장과정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창업주인 조 명예회장이 아닌 최양하 현 한샘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조 명예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1994년부터 한샘 경영을 맡으며 한샘을 국내 대표 가구회사로 키워냈다. 97년 외환위기로 보루네오, 동서가구 등 유명 가구 회사들이 잇달아 쓰러질 때도 최 회장은 뛰어난 마케팅 능력과 제품의 혁신적인 품질력을 바탕으로 국내 브랜드 가구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 굳혀갔다. 국내 가구업계에서 창업주인 조 명예회장보다 한샘을 현장에서 23년간 이끈 최 회장의 영향력을 더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피보다 진한 ‘서울대 전문경영인’ 체제

한샘은 소유와 경영이 철저히 분리된 회사다. 조 명예회장이 회사의 최대주주(19.95%)지만, 경영은 최 회장 등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가구 업계에선 조 명예회장이 ‘불(火)’이라면 최 회장은 ‘물(水)’과 같아 서로 상반된 경영 스타일로 충돌하지만, 한편으론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쌍두마차로서 한샘을 조화롭게 이끌고 있다고 평가한다.

조 명예회장의 그간 행보를 보면 한샘의 전문 경영인 체제는 앞으로 더 공고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 명예회장은 2015년 3월 민간 싱크탱크를 지향하는 공익재단 ‘여시재’ 설립을 위해 한샘 드뷰연구재단에 주식 60만주를 출연했다. 조 명예회장은 앞으로 드뷰연구재단에 추가로 200만주를 출연할 예정이다. 출연 당시의 주가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출연금 규모는 4,400억원에 달한다. 출연이 완료되면 조 회장의 한샘 지분율은 10%대로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회사 주식을 자녀들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다른 기업 오너와는 확연히 차별되는 행보다.

조 명예회장의 형제와 자녀 등 친인척도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세 딸인 은영(1.32%)ㆍ은희(0.88%)ㆍ은진(0.72%)씨의 현재 보유 지분율도 의미있는 수치는 아니다. 다만 조 명예회장의 사위들은 회사와 인연을 맺고 있다. 맏사위인 천 모씨는 한샘 미국 현지법인에서 임원으로 있다. 또 셋째 사위인 임창훈 변호사도 최근 회사 감사로 선임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해외에선 경영에서 물러난 오너가 자식 등 친인척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고 회사 견제역할을 맡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이번 사위에 대한 감사 선임은 후계구도와 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 명예회장 자녀들이 회사와 거리를 두고 있는 사이 한샘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더 확고해지고 있다. 현재 한샘의 경영일선에 있는 등기임원은 최 회장과 강승수(51) 부회장, 이영식(58) 사장 등 인데 모두 조 명예회장과 최 회장과 같은 서울대 출신이다. 이중 강 부회장이 최 회장의 뒤를 이어 2기 전문 경영인체제를 이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

강 부회장은 한샘의 미래 먹거리인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 2014년 당시 사장 신분으로 중국에 급파돼 1년간 현지 시장 조사 등 고난의 행군을 거치고 지난해 귀국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샘은 강 부회장의 지휘아래 오는 7월 중국 상하이 창닝구에 첫 해외 직매장을 열고 중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한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한샘의 중국 시장 공략이 성공해야 최 회장이 말했던 매출 10조원 달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며 “한샘으로서는 올해가 한샘 2기 도약의 성패를 가를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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