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3.13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the Morning Calm)’라는 말의 정확한 유래는 불확실하지만, 미국인 저술가 윌리엄 그리피스(W.E Griffis, 1843~1928)의 1882년 책 ‘조선 은자의 나라(Corea, the Hermit Nation)’ 서문에 쓰인 게 처음이라 알려져 있다. 조선인들이 자기 나라를 그렇게 부른다며 저 표현을 쓴 것을 보면, 그리피스는 조선(朝鮮)의 뜻을 저렇게 번역했던 듯하다. 그 표현이 근사했던지, 1883년 12월 조선을 방문해 약 넉 달간(두 달이라는 기록도 있다) 머물렀던 미국인 퍼시벌 로웰(Percibal L. Lowell)은 2년 뒤 ‘Chosun, the Land of Morning Calm’이란 제목으로 책을 썼다. 그의 책은 큰 인기를 끌며 조선을 세계에 알리고 조선(한국)의 이미지를 저렇게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1855년 3월 13일 미국 매사추세츠 캠브리지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가업이던 면직공장을 운영하다 83년 봄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가 현지 미국공사관의 특사 요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임오군란이 터진 게 1882년 7월이었다. 훈련도감에서 해고당한 구식 군인들이 연체된 봉급과 불량미 지급에 반발, 비리를 일삼던 당시 병조판사 민겸호 등 중전 민씨(명성황후) 일파의 사가에 난입해 일가를 살해하며 난을 일으켰다. 그 여파가 청 러 일 등 외세와 난맥처럼 얽힌 조선 정가의 복잡한 사정과 겹쳐 당시 조선은 결코 고요할 수 없었던 때였다.
외국어 강사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인 스티븐 리비어(Stelphen Revere)가 94년 외국인 여행자 등에게 한국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10Magazine(www.10mag.com)’이라는 웹진에는 로버트 네프(Robert Neff)라는 이가 쓴 1880년대 조선의 사정을 소개하는 글이 실려 있다. 당시 임오군란으로 살해당한 권력자들의 고래등 같은 빈 집들이 여러 채 있었는데, 흉사가 벌어진 장소인 데다 귀신까지 출몰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는 것이다. 그 집들을 조선의 외교고문을 지낸 독일인 파울 묄렌도르프와 선교사 등 외국인들이 헐값에 구입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말이 그 와중에 탄생했다는 게 네프의 설명이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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