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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휴대폰 요금 인하, 시진핑까지 웃는 이유

입력
2017.03.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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省 경계만 넘어도 요금 폭탄 일쑤

농민공, 부모에 전화하기도 힘들어

시 주석 ‘서민편’ 강조 정치적 카드

통신사들 “로밍 수수료 10월 폐지”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5일 전인대 개막 전체회의에서 정부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신화망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5일 전인대 개막 전체회의에서 정부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신화망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하이라이트는 전인대 개막 전체회의다. 한 해 동안 추진될 중국 정부의 대내외 정책기조와 핵심방안들이 발표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개최된 올해 전인대 개막 전체회의에선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공개할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최대 관심사였다.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국방예산 규모도 관심을 모았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사상 최대 국방예산을 책정한 직후라 더 그랬다.

하지만 리 총리가 100분간 업무보고를 하는 동안 3,000명에 달하는 전인대 대표들에게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건 휴대폰 요금 인하 계획이었다. 회의장인 인민대회당에선 10여초 간 박수세례가 이어졌고, 내내 굳어있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을 정도다.

중국 정치체제 특성상 전인대와 같은 공식적ㆍ정치적인 회합 자리에서 휴대폰 요금 인하와 같은 구체적인 사안이 언급된 건 이례적이다. 이는 심각한 양극화 속에 고속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속성장 시대를 맞이한 중국 정부가 ‘서민 편’임을 강조하기 위해 꺼내든 정치적 카드의 성격이 짙다. 실제로 중국에선 성(省) 경계를 넘어 장거리 통화를 하면 국제전화를 할 때처럼 값비싼 로밍요금을 내는 경우가 많고, 휴대폰 개통지역을 벗어나자마자 장거리 요금이 적용되기도 한다. 고향의 노부모나 자녀와 통화하려는 수많은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노동자), 베이징에서 타 지역으로 출장간 회사원 등이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전인대 개막 전체회의 이튿날인 6일 차이나텔레콤을 비롯한 3대 국유 통신업체는 “모바일 로밍 수수료를 10월부터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정보기술부도 “광대역 인터넷요금을 계속 낮춰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리 총리가 “국민 생활이 정치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먼저 개선하겠다”고 말한 대로다.

특히 주목되는 건 리 총리의 휴대폰 요금 인하 발표가 ‘데이터 중심 통신시대’를 열겠다는 향후 통신산업 정책 구상과 맞닿아 있는 점이다. 휴대폰의 ‘전화기’ 기능 약화, 사물인터넷(IoT)ㆍ가상현실(VR) 등의 토대가 될 5G 시대 진입 등을 감안해 전화요금 부담은 줄이되 더 많은 데이터 이용을 유도함으로써 차세대 통신산업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전략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인대 대표들이 휴대폰 요금 인하 방침에 박수를 치고 중국 언론들이 이를 비중있게 보도한 것은 전형적인 정치 선전”이라며 “4G 휴대폰 고객 8억명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국 정부와 국유 통신업체들이 5G 기술 상용화ㆍ표준화에 주력하고 있는 점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미래 기술 이미지.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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