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美 고용지표 앙호… 이달 단행”
국내 대출금리 이미 들썩
주택대출 年 5%선 육박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번 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고,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만장일치로 미국이 이번 주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가계 빚이 1,344조원까지 불어난 우리나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제에 미칠 파장보다 더 큰 후폭풍이 우려된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는 11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밤 사이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양호한 수준이어서 미국 연준의 이번 달 금리 인상 확률이 아주 높다”며 “인상 여부보다는 의결문이나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의 발언 내용 등에 더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언급한 지표는 미 노동부가 2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23만5,000명(계절 조정치) 증가했다고 발표한 것을 가리킨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예상한 19만7,000명을 크게 웃돈 것이다.
이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등 주요 13개 해외 IB들도 최근 미국의 올해 첫 금리 인상 전망 시점을 기존 6월 이후에서 3월로 일제히 앞당겼다. 이처럼 시장의 전망이 3월 금리 인상으로 급선회한 것은 옐런 의장 등이 조기 인상 가능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이달 초 “14, 15일(현지 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고용과 물가가 우리의 예상에 부합하면 금리의 추가 조정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5일 FOMC에서 금리 인상이 결정될 경우 우리시간으론 16일 새벽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히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금리인상 여건이 더욱 강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3월 금리 인상 확률도 2월 초 20%에서 지난 8일에는 96%로 급등했다.
특히 주요 해외 IB 13곳 중 11곳은 연준의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 2회에서 3회로 늘려 잡았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한 미국이 시장의 예상대로 올해 3차례 금리 인상에 나서면 미국의 기준금리(1.5%)가 한국(1.25%)보다 높아지게 된다. 노무라증권은 “미국 경제가 완전 고용에 도달함에 따라 재정확대에 따른 통화정책 대응도 공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예상보다 빠르고 큰 폭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턱밑까지 차오른 국내 가계부채 폭탄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출금리는 이미 들썩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연 5%에 육박하고 있다. 시장에선 5%선 돌파를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금리도 치솟고 있다.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5.74%였지만 1월엔 6.09%로 6%선을 넘어섰다. 미국이 15일 금리를 올리면 이런 대출금리 상승세엔 한층 가속도가 붙을 수 밖에 없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당장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자영업자와 같은 취약계층부터 타격을 받게 된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한계가구의 이자비용은 연간 755만4,000원에서 891만3,000원으로 18%나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계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처분 가능한 소득 대비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액 비중이 4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부동산 시장에 묶여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돼 심각한 내수부진 사태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도 금융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을 가계부채로 꼽고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특히 최근 증가세가 가파른 2금융권 대출을 주시하고 있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로 벌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오르면 당장 취약계층은 빚 갚기에 어려움을 겪는 건 물론 금융권 대출이 막혀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우선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대책부터 빨리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