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가 거듭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선 속도조절 가능성도 엿보이지만, 기왕에 추진돼온 조치는 여전한 데다 초등학생들의 ‘롯데 불매 선서’ 등 민간 차원의 반한 기류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중국 증권일보는 12일 저장(浙江)성 닝보(寧波)공항을 예로 들어 중국 항공사들의 한국행 항공편 운항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행 관광객의 급감에 따라 현지 최대 항공사인 둥팡(東方)항공은 11일부터 닝보∼제주 노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15일부터는 닝보∼청주 노선도 운영하지 않을 계획이다. 춘추(春秋)항공도 16∼26일 사이 닝보∼제주 노선 항공편 배정을 취소했고, 저가항공사인 오케이항공도 15일부터 닝보∼제주 간 노선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 크루즈 여행사들도 한국 경유 일정을 바꾸고 있다. 톈하이(天海) 크루즈는 5월 말까지 예정돼 있는 제주ㆍ부산 정박 계획을 일본으로 변경했다. 하나같이 15일부터 한국행 관광을 전면중단키로 한 국가여유국의 방침과 무관치 않다. 중국 내 13개 공관에서 15일부터 한국행 비자를 직접 발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北京)의 한 초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롯데 불매’를 선서하는 영상이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왔다.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 하에 오른손 주먹을 쥐고 “군것질을 거부하고 롯데를 배척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중국 내에서조차 “이 시기에 맞는 애국주의 교육”이라는 지지 의견보다 “사악한 정치세뇌 교육”이라는 비판이 훨씬 높은 상황이다.
롯데그룹에 대한 사드 보복은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99곳 중 절반이 넘는 55곳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이달에만 500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중앙(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등의 타깃이 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은 제조부분으로까지 확대됐고, 추가 소방ㆍ안전점검 등에 시달릴 개연성도 열려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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