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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은 더 이상 무의미” 평온 되찾는 광장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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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은 더 이상 무의미” 평온 되찾는 광장의 봄

입력
2017.03.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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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반대한 50대

“승복… 투표로 의사 표시”

리얼미터 여론조사서

92%가 “승복해야 한다”

명쾌한 헌재 선고 큰 몫

보수단체 집회 계속돼 촉각

11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일대에서 '탄핵무효국민저항총궐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탄핵선고 후 첫 주말집회로 큰 충돌이 예상됐지만 사상자 없이 마무리됐다. 왕태석 기자
11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일대에서 '탄핵무효국민저항총궐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탄핵선고 후 첫 주말집회로 큰 충돌이 예상됐지만 사상자 없이 마무리됐다. 왕태석 기자

대통령 탄핵 후폭풍은 당초 우려만큼 크지 않았다. 주말을 앞둔 지난 10일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이 이루어지면서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하는 이들의 분노가 주말 서울 도심 광장을 뒤덮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서울의 주말은 큰 충돌 없이 지나갔다. 폭풍 전야의 긴장감이 해소되고 사회가 빠르게 안정되고 평온을 되찾는 분위기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실상 불복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향후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시민들 사이에 ‘승복해야 한다’는 심리가 자리를 잡았다.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김모(57)씨는 “지금까지는 탄핵반대를 외쳤지만 헌재 결정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며 “이젠 어른답게 받아들이고 투표 같은 법적인 절차에 따라 의사표현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태극기 집회에 수 차례 참가해온 60대 남성은 “수없이 탄핵기각과 각하를 외쳤지만 (이미 탄핵결정이 난) 지금 같은 상황에서 헌재 판결에 불복을 외치는 건 무의미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헌재 결정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할 정도로 나쁜 일을 했는가 의심하던 다수 시민들이 대부분 승복 쪽으로 마음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0일 헌재의 탄핵인용 직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답변자 10명 중 9명 이상(92.0%)이 헌재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답했다. 모른다거나 응답하지 않은 사람은 2.0%였고, ‘불복해야 한다’는 의견은 6.0%에 불과했다.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탄핵 후인 11일 처음으로 연 탄핵무효집회가 눈에 띄는 불상사 없이 마무리된 것도 이 같은 시민 의식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였다. 전날 헌재 선고 직후 안국동사거리 인근에서 과격 집회가 열리면서 3명의 참가자가 사망하고 10명 이상이 폭력행위로 경찰에 입건됐던 것과 비교하면 빠르게 냉정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집회 규모도 확실히 줄어든 모습이다. 물론 11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불복” 목소리를 냈지만 상당수 보수단체들에서 “인정할 것(탄핵결정)은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모양새였다. 한 보수단체 관계자는 “파면 이후 많은 시민들이 실망감과 허탈감을 느끼고 집회 불참을 선언하는 등 (보수집회의) 동력이 상당히 약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수단체 관계자도 “불가능한 것(탄핵무효)에 매달리기보다 최대한 냉정하고 차분하게 다음 정권을 준비하자는 목소리에 차츰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 분위기가 안정된 것은 무엇보다 헌재 결정이 명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인데다 파면 결정문 내용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논리와 표현으로 논란이나 반론의 여지를 두지 않아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해온 시민 상당수가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한 법조인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단호하게 탄핵을 발표하는 모습에서 이미 불복의 불씨 상당수가 없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범죄 혐의를 부인했던 박 전 대통령의 입장에 변화가 없고, 태극기집회가 매주 계속될 예정이라 상황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지켜보던 지지층이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향후 진행될 검찰 수사, 이에 따른 박 전 대통령의 대응 방식 등 변수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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