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항의, 협박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이 다가오면서 언론과 소비자단체의 ‘롯데 때리기’ 움직임이 증폭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롯데는 이달 들어 불과 열흘여만에 중국 사업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당국은 집중 표적인 된 유통계열사 롯데마트에 대해 소방 시설기준 위반을 이유로 영업중단 처분을 남발했다. 결국 8일 기준으로 문을 닫은 롯데마트 수(55개)가 전체 중국 롯데마트(99개)의 절반을 넘어섰다. 55개 점의 영업정지 상태가 한 달간 이어진다면, 롯데마트의 매출 손실 규모는 약 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당국의 ‘롯데 때리기’는 유통 부문에서 시작돼 초콜릿 주생산 법인인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 등 제조 부문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롯데가 더 큰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영업정지를 받은 사업장 외에도 롯데의 상당수 중국 현지 사무소, 매장, 생산시설, 건설현장 등이 이달 들어 집중적으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소방, 위생 등 각종 점검을 이미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 전후로 언론 등에 롯데의 상품·서비스 불만 사례가 대대적으로 거론되는 일이다. 특히 관영 CCTV(중앙방송)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晩會)'는 공포의 대상이다. 완후이는 주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불량, 속임수 사실을 집중 조명하는데, 최근 수년째 폴크스바겐, 닛산, 벤츠, 니콘, 애플 등 주로 해외 브랜드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 사이에서 완후이가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유다.
한국 기업들도 이미 여러 차례 이 프로그램에서 언급돼 진땀을 흘렸다. 2011년 금호타이어의 품질이 비판받았고, 지난해의 경우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의 외국산 아동용품에 대한 품질검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상품의 주요 원산지로 태국, 독일, 미국, 터키 등과 함께 한국도 거론됐다.
만약 소비자의 날 악의적 보도 등과 함께 롯데 불매운동이 본격화하거나 중국 내 반롯데 감정이 거세질 경우 과거 ‘티베트 독립 지지’ 논란으로 프랑스 까르푸가 중국에서 홍역을 치렀듯, 롯데도 심각한 영업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지난해 12월 소방 시설 점검 후 중단된 ‘롯데월드 선양(瀋陽)’ 공사 등 대형 프로젝트의 타격 여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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