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마침내 새로운 시대의 새벽을 열었다. 민주주의가 주도하고 법의 지배가 화답하면서 위법과 무례, 독선과 불통, 거짓과 조작, 불의와 불공정이 난무한 구시대를 단죄했다. 그리고 준법과 예의, 소통과 화해, 진실과 투명함, 정의와 공정이 넘칠 신시대의 새벽을 열었다. 구시대를 연장시키려는 세력의 완강한 저항도 살을 에는 매서운 혹한도 새 시대 새 질서를 향한 ‘우리 국민’의 집념을 꺾지 못했다.
보수ㆍ진보의 대립도 지역·세대·계층·남녀의 차이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정의로운 입헌민주공화국을 향한 뜨거운 열망이 ‘우리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 한 길로 인도했다. 그 단합된 힘에 언론이, 국회가, 특검이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응답했다. 그리고 끝내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짓눌러온 무소불위의 권력,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던 제왕 같은 대통령의 권력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그리고 법치주의의 이름으로 허물어졌다. 압도적인 다수 국민의 뜻과 헌법의 지엄한 권위 앞에서는 막강한 권력을 쥔 대통령도 고위공직자들도 똑 같이 머리를 숙여야 한다는 원칙, 입헌민주공화국의 근본이념이 비로소 빛을 발했다.
상징적인 조문에 진배없었던 헌법 1조도 생생한 실체적 원칙으로 되살아났다. 이제는 정말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강한 민주주의가 허약한 법의 지배를 견인함으로써 마침내 진정한 입헌민주공화국을 수립했다. 1960년의 4ㆍ19혁명과 1987년 6월의 민주항쟁이 완결하지 못한 역사적 과업이 완수된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 무한한 영광과 축복 있기를!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입헌민주공화국을 환히 비출 태양은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먼동이 트기까지 남아있는 어둠, 구시대의 적폐를 걷어내야 한다. 탄핵 찬반운동으로 깊고 두텁게 파인 반목과 적개의 골도 빨리 메워야 한다(촛불도 태극기도 결국 ‘우리 국민’이다). 세상을 흑백과 우적(友敵)관계로 재단하는 세계관, 편법과 반칙에 익숙한 사고와 행동양식, 나만 옳다는 독선적인 태도, 불통과 배제, 차별과 박해의 폐습을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 신세대와 구세대,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들이 상호 관용하고 존중하는 공존공영의 새 시대를 개척해가야 한다.
그럼에도 부패한 구체제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이분법도 있다. 합헌ㆍ준법과 위헌ㆍ불법의 이분법이다. 관용과 불관용의 이분법도 긴요하다. 입헌민주공화국은 위정자들과 국민들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상호 존중하고 관용할 때만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입헌민주공화국은 위헌ㆍ위법행위는 물론 불관용과도 양립할 수 없다.
준법과 관용의 정신이 넘치면 진보와 보수의 적대관계는 우호적인 경쟁관계로 바뀌어 공동체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자유와 평등, 성장과 분배, 안정과 쇄신이 조화를 이룬 선진문명을 일궈낸다. 요컨대, 상호존중과 공존공영의 태도 그리고 준법정신은 정의롭고 부강한 입헌민주공화국에 자양분과 힘을 공급하는 혈관과 근육이다.
당분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국정공백에 탄핵반대를 외쳤던 이들의 좌절과 분노가 겹쳐 다소 혼란이 예상된다. 사드 배치로 인한 신냉전의 기류가 한반도를 엄습하고, 중국의 경제보복과 미국의 금융ㆍ무역 압박이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다. 내우외환의 총체적 난국을 과연 타개할 수 있을까.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짧은 기간에 산업화 민주화 정보통신혁명을 차례로 달성하고, 최근 진정한 입헌민주공화국을 완성한 위대한 ‘우리 국민’이 여기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2년 새롭게 들어선 유능하고 민주적인 리더십 아래 분열과 상처가 말끔히 치유되고, 지금의 위기를 번영의 밑거름으로 승화시킨 민주공화국에 찬란한 태양이 중천에 빛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비환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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