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경제단체들은 “판결 결과를 받아들여 정치적 대립과 혼란을 끝내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재계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긴 했지만 대선 까지 권력 공백 상태가 지속된다는 점, 대선 과정에서 기업 규제 관련 공약이 난무하는 등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이날 일제히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로 빚어진 국론분열을 봉합하고 국정 운영의 공백을 매듭짓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과 대외여건 악화 등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 정치 일정에 밀려 표류하던 핵심 현안 해결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정치권은 국가개혁의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총도 “이념과 정파를 초월한 협치를 통해 사회 혼란이 조기에 매듭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노와 사를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가 합심해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전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을 촉발시킨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해체 위기까지 몰린 전경련도 “이번 사태를 값비싼 교훈으로 삼아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유력 후보들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등에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에 대한 수사 확대도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다만 헌재가 탄핵 사유를 밝힌 결정문에서 “박 전 대통령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 최순실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행위가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단 출연금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뇌물로 본 특검과는 확연히 온도차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헌재 결정과 형사 재판은 별개”라며 “이 문장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계했다. 헌재 결정에 가장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삼성은 “어떤 입장이나 공식 의견도 없다”고 밝혔다.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기업인들의 의욕 저하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가 기업을 옥죄고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