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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무대 가수들 “블랙리스트 없이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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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무대 가수들 “블랙리스트 없이 살게 됐다”

입력
2017.03.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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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여러 음악인들이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무대에 섰다. 밴드 시나위 기타리스트 신대철(왼쪽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심재경, 힙합 듀오 가리온과 밴드 스카웨이커스. 각 음악인 제공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여러 음악인들이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무대에 섰다. 밴드 시나위 기타리스트 신대철(왼쪽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심재경, 힙합 듀오 가리온과 밴드 스카웨이커스. 각 음악인 제공

박근혜 정부에서 누구보다 억압받았던 이들은 ‘예술인’이었다. 문화융성을 국정 기조로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가 예술인 정부 지원 배제 명단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술인들은 절망하고 분노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색안경을 끼고 예술인을 정치적 성향으로 구분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배신감에 예술인은 거리로 나와 ‘박근혜 탄핵’을 외쳤고, 광장에서 노래로 저항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을 바라보며 장르를 불문하고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세태 풍자 패러디 곡이 쏟아진 이유다. 평소 정치와 사회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음악인들도 촛불집회 무대에 나와 저항의 노래를 불렀다.

10일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인용에 대해 그간 촛불집회 무대에 선 음악인들은 “블랙리스트 없는 사회에서 살게 됐다”며 한 숨을 돌렸다.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 무대에 선 힙합 듀오 가리온의 메타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한민국이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며 의미를 둔 뒤 ‘블랙리스트’ 문제를 언급하며 “(박 대통령 탄핵 인용이)예술인의 다양성이 존중 받는 시대가 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정 농단 청문회 풍자곡 ‘모르쇠’로 지난달 트로트 가수 최초로 촛불집회 무대에 선 권은경은 “(탄핵 인용으로)그간 억눌려왔던 감정들이 풀어지는 기분”이라며 “앞으로 (정치적인 문제로 인한) 심리적 부담 없이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 대통령 탄핵 인용을 계기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에 더 박차를 가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촛불집회 무대에서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을 연주한 그룹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문화계 외 다른 분야에서의 블랙리스트가 있는지도 조사해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실의에 빠진 국민을 위로한 건 바로 거리로 나온 음악인들이었다. 이들은 박 대통령 탄핵 인용 후 분열된 사회의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촛불집회 무대에 선 가수 심재경은 “이번 박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지켜보며 지역별 대립이 아닌 부모와 자식 간 세대별 갈등이 극에 달한 것 같아 가슴이 더 아프더라”며 “(박 대통령 탄핵 인용 뒤)가족의 분열이나 세대 간 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루 빨리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밴드 스카웨이커스의 멤버 이광혁은 “‘제2의 박근혜’가 나오지 않도록 적폐 청산은 계속돼야 한다”며 “음악인으로서 더 이상 누구를 비판하는 집회에 서지 않고 화합을 위해 행복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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