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에게 누룽지는 매우 친근한 음식이지만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낯설다. 외국인에게 누룽지를 어떻게 영어로 말할까? 몇 가지 표현을 알아보자.
국립국어원이 주요 한식명 200개에 대해 지난 2014년 발표한 번역 표준안 자료에 따르면 누룽지의 영어 표현은 scorched rice라고 나와 있다. scorch는 ‘(불에) 그슬리다[눋게 하다]’라는 뜻의 동사로, 롱맨영영사전의 풀이를 보면 if you scorch something, or if it scorches, its surface burns slightly and changes color.(뭔가를 불에 그슬리거나, 어떤 것이 그슬리면 표면이 살짝 타면서 색깔이 변한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누룽지가 우리말로는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이라는 뜻이니 scorched rice는 의미를 잘 살려낸 영어 표현이다.
누룽지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나타낸다면 ‘솥 바닥에서 탄 쌀’이란 뜻으로 ‘burnt rice at the bottom of the pot’라고 할 수도 있다. 아니면 ‘바삭하게 구워진 쌀’이라는 의미로 ‘crunchy burnt rice’ ‘crispy burnt rice’ 등으로도 쓸 수 있다. crunchy는 ‘(특히 음식이) 아삭아삭한, 바삭바삭한(food that is crunchy is firm and makes a noise when you bite it)’이라는 뜻이고, crispy는 ‘식품이(기분 좋게) 바삭바삭한(food that is crispy is pleasantly hard on the outside)’이라는 의미의 형용사다.
누룽지는 crust of overcooked rice로 달리 표현해 볼 수 있다. crust는 ‘음식의 껍질이나 딱딱한 층[표면](a thin hard dry layer on the surface of something)’이라는 뜻이고 overcook은 ‘(음식을) 너무 오래 익히다[삶다] (to cook food for too long)’라는 뜻이니 crust of overcooked rice는 눌어붙은 밥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누룽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숭늉의 영어 표현도 알아보자. 누룽지에 물을 붓고 끓이면 숭늉이 되는데 숭늉은 영어로 scorched-rice water라고 한다. 능률한영사전에서 숭늉이라는 표제어를 찾으면 아래와 같은 예문이 실려 있다. ‘Sungnyung is an aromatic drink made by boiling water in a rice pot that has scorched rice stuck to the sides and bottom. 숭늉은 밥솥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에 물을 붓고 끓여 만든 것으로 구수한 맛이 나는 물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에 누룽지를 즐겨 먹었다. 밥그릇을 비운 다음 솥 바닥에 눌어붙은 노릇노릇한 누룽지를 주걱으로 박박 긁어(scrape up the scorched rice) 온기가 남아 있을 때 먹으면 누룽지의 구수한 풍미가 느껴지곤 했다. 오늘따라 문득 누룽지가 먹고 싶다.
안성진 코리아타임스 어학연구소 책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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