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든 한국이 홈 팬들 앞에서 최소한의 체면 치레는 했다. 김인식(70) 감독이 이끈 한국 야구대표팀은 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대만을 11-8로 꺾고 첫 승을 올렸다. 그러나 이미 2라운드 진출이 무산된 가운데 1승2패가 된 한국은 조3위로 씁쓸하게 대회를 마쳤다. 단 이날 승리로 한국은 탈 꼴찌에 성공하면서 2021년 5회 대회에서 예선라운드로 강등되는 수모는 피했다. 16개국이 본선을 치르는 WBC는 상위 12개 팀이 다음 대회 본선 진출권을 획득함에 따라 4개 조 최하위 팀은 예선라운드로 밀려난다.
3전 전승의 이스라엘과 2승1패를 거둔 네덜란드가 각각 조 1ㆍ2위로 도쿄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3패로 최하위에 그친 대만이 다음 대회에서는 예선부터 치러야 한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개최국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나선 한국은 대만과 난타전을 벌이며 9회까지 8-8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은 9회말 먼저 위기를 맞았다. 이현승(두산)이 대만 선두타자에게 2루타를 허용하자 김인식 감독은 지체 없이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을 투입했다. 빅리거 오승환은 기대대로 세 명의 타자를 삼진 두 개와 외야플라이로 간단히 요리해 불을 끈 뒤 10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해 승리투수가 됐다. 한국은 10회초 반격에서 양의지(두산)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은 뒤 계속된 2사 1루에서 대타 김태균(한화)의 투런홈런으로 11-8을 만들었다. 한국의 대회 첫 홈런이었다. 지난 2경기에서 부진했던 김태균은 8일 새벽 몸살 증세로 응급실에 다녀왔다. 이에 8일 훈련에 빠졌고, 이날 선발 명단에서도 제외됐지만 대타로 나와 그나마 마음고생을 더는 한 방을 쏘아 올렸다.
한국은 2006년 WBC 첫 대회에서 4강에 오르고 2009년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야구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2013년에는 2승1패를 거두고도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고, 사상 처음 국내에서 열린 올해 대회에서 명예회복은 고사하고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앞서 열린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의 조1위 결정전에서는 이스라엘이 4-2로 승리했다. 이스라엘은 A조 4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예선 라운드를 거치고서야 본선 티켓을 얻어 최약체로 평가됐지만 대이변을 일으켰다. 3경기에서 홈런 포함해 9타수 5안타(0.556)로 불을 뿜은 이스라엘의 주포 라이언 라반웨이(오클랜드)가 서울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한편 중국 대표로 선발된 주권(kt)은 이날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의 B조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3이닝 동안 홈런 포함 3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중국은 0-11로 8회 콜드게임 패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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