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헌재 결정 승복” 입장 재확인
이춘석 민주당 의원 “어떤 결과든 존중”
朴 측 대리인단, 일치된 의견 없이 제각각
이중환 변호사 “헌재, 탄핵 인용 어려워”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심판정에서 80여일간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여온 국회와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의지를 일찍부터 밝혀 온 국회 측과 달리 대통령 대리인단은 통일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장외 여론전에 치중하는 분위기다.
9일 국회 소추위원단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재판관들의 현명한 판단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탄핵심판 최종 변론 직후 권성동 소추위원장이 언론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헌법의 지배를 받는 국가”라며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밝힌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저버리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등 소추 사유에 대해 충분히 소명이 됐다”며 “인용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일치된 의견 없이 변론 당시처럼 각자 주장을 전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 측 대표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는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이날 “합법적으로 채택된 증거들로는 국회의 탄핵 소추 사유 대부분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극히 일부가 인정되더라도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를 제외한 상당수의 강경파 대통령 측 대리인들은 장외에서 재판관의 편파성이나 재심 청구 등을 거론하며 벌써부터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 시 ‘불복’의 자락을 까는 자세여서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헌재 심판정에서 막말 파문을 일으켰던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는 주말마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대통령에게 탄핵 소추를 반박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심리를 종결하는 오만한 법관들”이라며 “무조건 승복하는 게 선량한 국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8일 헌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는 “8인의 재판부는 불임(不妊)재판부”라고 깎아 내리기도 했다.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9명 재판관에 의해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 당했다”면서 재심 청구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강경파 대리인들은 변론 당시부터 정상적인 변론을 포기하고 헌재의 편파성이나 졸속 진행 등을 주장해왔다.
탄핵 심판을 앞두고서도 계속 재판관들의 권위에 흠집을 내고 있어 헌재가 탄핵 인용 시 불복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대표 대리인인 이 변호사는 “변호사들 별로 견해가 다르다”고 밝혀 헌재 결정과 관련한 대통령 측 대리인단 내부 이견이 적지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 변호사는 그나마 재심이나 변론 재개에 반대하는 소수파에 속한다. 현행 헌법상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은 단심제로 재심 청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법률가답지 않게 일부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헌재 안팎에서는 대통령 측 대리인들의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10일 헌재 결정 이후 빚어질 파동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