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 비판적인 일선판사들의 사법개혁 논의를 저지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9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전국 법원장 회의를 연 뒤 “법관 인사발령 의혹과 관련해 그 진상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구를 통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를 벌이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장들은 3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이 같이 결정했다. 조사 착수 시기와 외부인사 참여 여부 등 세부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굳이 진상조사를 해서 외부에 알려지는 게 맞냐’는 의견과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 오가며 활발히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지난달 9일부터 전국 법관을 상대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촉발됐다.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달 25일 예정된 설문조사 발표와 관련해 판사들의 모임을 축소하도록 수도권 소재 법원 L판사에게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L판사가 이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하자 법원행정처로 발령이 났던 인사가 취소돼 원 소속 법원으로 돌려보내졌다는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대법원은 그러나 “행정처 차장이 L판사에게 그 같은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혹이 확산되자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판사회의를 개최하자는 요구가 나왔고, 서울동부지법은 내주 월요일 판사회의가 소집될 예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혹이 확산돼 진상을 명확히 규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판사는 “침묵만 하는 것이 누를 끼치는 것임을 알게 됐다”고 밝혀 조만간 입장표명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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