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의 날이 밝았다. 선고 결과에 박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뿐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 달 넘게 이어져온 정치 공백과 불안정이 해소되는 날이기도 하다. 헌법재판관들이 무너진 헌정 질서와 법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줄 것을 기대한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은 9일 마지막 평의를 열고 결정문 초안을 회람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파면과 기각의 향배를 가를 평결은 선고 직전에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재판관들은 이미 심증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들이 어떤 결심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헌법의 최종 수호자로서 올곧은 판단을 했으리라 믿는다. 헌재가 민주주의 토대 위에 존립하는 만큼 민의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리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이들의 결정과 판단 근거는 사법사와 정치사에 오래도록 남게 될 것이다.
문제는 헌재 결정 이후다. 헌재가 내린 결정에 승복하면서 우리 국민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로 만들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드는 탓이다. 그동안 탄핵 인용과 기각을 놓고 진영 간 갈등과 분열이 극심했던 터에 선고가 임박하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과 지지자들이 궤변으로 시민들을 선동하며 공공연히 불복을 시사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부터 헌재 부근에서‘3박 4일 집회’에 들어간‘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는 전국에 총동원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일부 회원은 노숙 농성에 들어갔고, “헌재는 자멸하지 말라”“죽을 때까지 합시다”등의 테러 협박과 자해 선동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도 9일 밤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헌재까지 행진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경찰은 최고의 경계수위인 갑호비상령을 발령해놓고 있다.
지금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높아지고 사드 조기 배치로 인해 중국의 보복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력과 내수부진으로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져간다. 안보와 외교, 경제와 통상 등 온 사방이 첩첩산중이다. 이런 마당에 헌재 결정 불복은 국가적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조기대선 국면이 겹치면 내부 갈등이 증폭될 게 뻔하다. 정치권을 비롯해 지식인, 시민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현실을 직시하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할 때다. 그것이 바로 법치요, 우리가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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