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선고를 끝으로 막 내리는 탄핵정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약속과 달리 '나만의 대한민국'을 고집하며 최순실 등 측근들이 국정을 농단하도록 방치한 데서 비롯됐다. 그런 만큼 헌재의 결정이 어떤 방향으로 나오든 박 대통령은 국론 분열과 진영 대결을 경계하며 지지자와 비판자 모두의 승복과 자제를 호소할 책임이 있다. 일부 지지자들의 광기적 행태에 현혹되거나 반대자들의 과도한 공격에 반발해 잘못된 메시지를 선택한다면 박 대통령은 말 그대로 마지막 애국의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박 대통령은 그 동안 일방적 기자간담회나 인터넷언론 인터뷰에서 줄곧 특검 등이 자신에게 씌운 국정농단 공범 혐의가 "엮어도 너무 엮은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해 왔다. 특히 미르 재단 등의 설립 및 모금 논란엔 "과거 정부도 다했는데 왜 나만..."이라는 논리로, '세월호 7시간' 의혹엔 여성성 비하론으로, 그리고 "믿고 맡겼던 주변에 배신당했다"는 온정적 접근으로 자신을 강변해 왔다. 그러나 '진실의 순간'을 맞은 지금 박 대통령은 자신의 안위보다 '솔로몬 재판' 우화에 나오는 진짜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으로 '헌재 선고 이후'의 대한민국을 생각해야 한다.
다행히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헌재에 제출한 최후진술 의견서에서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자신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법치의 기틀을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또 기각되면 작금의 위기를 초래한 리더십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성찰하고 순조로운 정권이양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하고 싶다. 바른정당 등 범여권에서 "박 대통령이 먼저 승복 선언을 해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문제는 한국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탄핵 기각 시 불복' 응답이 47%에 이르고 '탄핵 인용 시 불복'도 10%를 넘는다는 점이다. 승복 문화가 법치와 민주질서의 토대이고 탄핵으로 얼룩진 나라를 다시 세우는 핵심동력이란 점에서 걱정스럽다. 광장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외면한 채 편가르기를 즐긴 정치권이 만든 부끄러움이다. 그 중에서도 박 대통령의 책임은 누구보다 크다. 결자해지의 심정과 결단으로 헌재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국민통합 대열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비우고 내려놓아야 그에게도 다음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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