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학사파행이 장기화하고 있는 대전예지중ㆍ고 재단에 대한 대전시교육청의 이사 전원 퇴출 결정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단 측의 학사 파행이 책임이 크고, 정상화할 역량도 부족하다는 게 판결 요지다.
대전지법 제2행정부는 예지재단 이사 6명이 지난해 10월 제기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 취소’에 대해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비는 원고가 부담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단 이사들에게 학교 파행 사태의 책임이 크다고 봤다. 박규선 전 교장 겸 이사장이 유영호 전 교감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불이익을 주면서 학생 등의 수업 거부가 이뤄졌으나 원고들은 되레 이사로서 조기 방학 실시, 학교 출입 폐쇄, 자격 없는 유정복 이사를 교장으로 임용했다고 지적했다. 유정복 이사가 반발하는 학생들에 대해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과정에서 수업 거부가 계속 이뤄진 것도 문제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런 점에서 원고들이 박 전 교장 겸 이사장의 행위를 묵인하는 정도를 넘어 부적절한 학교 운영 상황에 적극 관여한 만큼 학교를 정상화할 역량이 없는 것과 다름 없다고 판시했다. 더불어 학교 정상화와 유사한 사태 재발 방지를 할 공익적 필요가 원고들이 입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했다.
이로써 2년 째 수업거부와 교사 임금 체불 등 장기화한 학사파행 사태 해결의 물꼬가 트였다. 당장 이번 판결로 예지재단 이사들이 모두 직위를 상실함에 따라 학교는 임시이사회를 꾸려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재단이 파면시켜 중앙노동위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도 아직 복직하지 못한 유 전 교감은 이날 판결 직후 “제대로 된 이사회가 구성돼 학교가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태현 학교정상화추진위원장은 “법원의 판결은 재단 이사들의 학사파행 책임이 크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재단 이사들은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학생ㆍ교사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논평을 내 “사법부가 한 맺힌 만학도의 피눈물을 닦아줬다”며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관련 법령의 허점, 설동호 교육감의 예지재단과의 유착 의혹, 교육청의 무능행정 등 3박자가 빚은 비극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교육청과 설 교육감에게 학교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고, 재단 측의 항소 포기, 조속한 임시 이사진 구성, 중단한 보조금 지급 재개, 부당 해고된 유 전 교감의 신속한 복직 등을 요구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지중고가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는 학교법인이 아니어서 교육청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학교 정상화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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