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C 대표팀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신화섭] 2016시즌 KBO리그에서 타율 3할 이상 타자는 모두 40명이었다. 10개 구단 평균 4명 꼴이니, 각 팀 선발 라인업 9명 중 절반가량은 3할을 넘겼다는 뜻이다.
반면 2점대 평균자책점를 기록한 투수는 두산 외국인 니퍼트(2.95) 한 명뿐이었다. 국내 투수로는 장원준(두산)이 3.32로 가장 낮았다. 3점대 평균자책점의 토종 투수는 KIA 양현종(3.68)과 넥센 신재영(3.90)까지 단 3명이었다.
극심한 타고투저(打高投低)였다. 투수력이 약해진 결과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기는 했으나, 그래도 타격 기술이 전반적으로 향상돼 '3할은 기본'으로 치는 정교한 타자들이 그만큼 늘었다고 생각해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거품'이었고 '우물 안 개구리'였다.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대표팀은 한국 야구의 '민낯'을 확인해야 했다. 6일 '복병' 정도로 여겼던 이스라엘에 1-2로 패한 데 이어 7일 네덜란드에는 4년 전인 2013 WBC와 똑같이 0-5로 완패했다. 8일 네덜란드가 대만을 꺾으며 2승째를 올려 한국은 9일 대만전 결과에 상관 없이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그야말로 '안방 참사'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는 지난 해 정규시즌에서 총 833만9,577명의 관중을 끌어 모으며 '8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지난 겨울에는 최형우(KIA)가 4년 100억원, 이대호(롯데)가 4년 150억 원에 계약하며 사상 첫 총액 100억 원 사나이들도 탄생했다. KBO리그에서 미국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선수들도 속속 나오며 야구 강국의 반열에 자리를 잡은 듯도 했다.
그러나 이번 WBC에서 대표팀이 받아 든 성적표는 '자아도취'에 빠진 한국 야구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타고투저'는 결국 투수들의 문제였다. 이번 WBC 2경기에서 대표팀 벤치는 그야말로 내보 낼 투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스라엘전이 대표적이다. 1-1로 맞선 8회 2사 만루에서 김인식(70) 대표팀 감독은 마무리 오승환(35ㆍ세인트루이스)을 서둘러 마운드에 올려야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막을 투수는 그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기대대로 오승환은 스콧 버챔을 공 4개로 삼진 처리하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시원시원하고 자신 있게 공을 던지는 오승환의 모습에 팬들도 대표팀 벤치도 감탄을 내뱉었다. 오승환이 9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으며 투구수가 20개에 이르자 연장 10회부터는 임창용(41ㆍKIA)이 마운드를 이어받았고, 대표팀은 결국 1-2로 졌다.
김인식 감독이 대회 전부터 "투수가 없다"라고 거듭 하소연할 만큼 한국프로야구는 새로운 특급 투수가 배출되지 않고 있다. 2006년 류현진(30ㆍ당시 한화)과 2007년 김광현(29ㆍSK) 이후로는 리그나 국제 대회에서 상대 타자를 압도할 만한 투수가 없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대표팀의 세대교체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이번 WBC에는 오승환을 제외한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모두 불참하고, 몇몇 국내 선수들도 부상 등을 이유로 빠져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합류했다. 엔트리 28명 중 김태군(28·NC), 김하성(22·넥센) 등 8명(29%)이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새내기들의 투지를 기대했으나, 국제 무대에서는 아직 경험과 기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김 감독도 네덜란드전 패배 후 이를 인정하며 "새로운 대표팀 선수들이 이 대회에서 보고 느끼기를 바란다. 투수들의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 네덜란드 내야수들의 수비 몸놀림과 송구, 타격 등을 보고 배워 앞으로 잘 됐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지닌 김인식 감독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훈련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표팀 사령탑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김 감독은 "이게 (국가대표 감독으로) 마지막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어쨌든 이 모든 게 감독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만전에 대해 "(선수들이) 조금씩 아프더라도 마지막 경기이니 나와야 할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신화섭 기자 evermyth@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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