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생산단가 日 비해 매우 낮아
한중일 정상회담 차원서 진행
4차 산업은 민간 우선 정책 강조
中企, 대기업 임금 80%까지 지원
3년 후 대학 신입생 10만명 줄어
지방대학 평생교육 센터로 활용
학제개편 5년 동안 논의해 구상
사회적 협약에 의한 기구 만들고
중장기적 계획 세우면 혼란 줄어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을 한중일로 확대, 한국을 동북아의 에너지 중심 국가로 만들겠다는 복안을 공개했다. 한국이 2004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고, 2009년 ‘한국형 스마트 그리드 비전’도 발표하는 등 국내 차원에서 준비가 진행된 만큼, 차기 정부가 이를 국가적 차원으로 확대하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안 전 대표는 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전력 생산 단가가 일본에 비하면 매우 낮아, 글로벌 스마트 그리드 체제가 도입된다면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한국이 동북아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글로벌 스마트 그리드 도입을 (집권 시) 정상회담 차원에서 진행시키겠다”며 고 밝혔다. 스마트 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으로 이를 동북아로 확대시킨 뒤 장차 전세계로 확대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스마트 그리드 추진 계획은 지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부의 미래 전력 수요가 과대 계상됐다는 안 전 대표의 인식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는 “연중 피크타임(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을 기준으로 전력을 생산하니까 낭비가 심했다”며 “글로벌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타국에 전력 수출이 가능해지면 낭비 요소가 줄어들고 국익에도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력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에너지 연구개발비를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글로벌 스마트 그리드 예산을 반드시 포함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또 최강 공약으로 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정책과 관련, ‘민간 우선, 정부 지원’ 구조를 재차 강조했다. 1~3차 산업혁명과 달리 예측이 불가능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선 정부의 컨트롤타워나 대통령 산하 위원회 구축과 같은 전근대적 접근으로는 실패가 자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창업 기업의 3년 후 생존율이 38%에 불과해, 실패한 62%는 재도전조차 못한다”며 “창업 지원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처럼 금융정책으로 볼 게 아니라 산업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심이 급격히 줄어든 이명박 정부의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도 국가가 주도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지적한 뒤 “정부는 이제 앞에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기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지원 방향으로는 ▦연구개발(R&D) 예산 종합 관리 부처 신설 ▦오송ㆍ원주ㆍ대구 의료 트라이앵글 구축 등을 제시했다. 그는 “각 부처마다 R&D 예산이 흩어져 있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를 못하고 있다”며 “한 부처가 종합적으로 R&D 예산을 관리ㆍ배분해 민간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송은 의료 행정기관이 밀집해 있고, 원주는 의료기기 산업 중심지이며, 대구는 의료 R&D에 강점이 있다”면서 “이들을 묶어서 민간이 기존 인프라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조정하겠다”고 역설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안철수의 일자리 정책은?
차기 정부의 최대 과제가 될 수도 있는 청년고용 문제에 대한 안 전 대표의 해법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였다.
안 전 대표는 “대학 신입생 수가 정점을 이뤘던 2010~2012년 입학생들이 올해부터 5년간 취업시장에 쏟아지게 돼 청년 실업이 악화할 것”이라며 “대기업 일자리 늘리기나 창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어 결국 중소기업의 강화가 정답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의 80% 수준의 임금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인력을 지원하고, 현재 국책연구소들을 재구성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로 기능하게 하면 중소기업들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밀려날 수 있는 유휴인력에 대해서는 지방대학과 EBS 등을 활용한 교육으로 재취업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 후면 대학생 입학생 수가 10만명 가량 줄어들게 돼 지방대학이 대비할 시간도 3년뿐”이라며 “전국민을 평생 교육 대상으로 보고 지방대학이 지역의 평생 교육 센터로서 기능하면 전국적으로 정원 10만명을 감축할 필요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외국에서 수 백 만원에 달하는 자격증 교육을 국내 EBS와 온라인 공개수업(무크ㆍMOOC)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고 덧붙였다.
평생교육 정책은 중ㆍ장년층의 재취업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게 안 전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어떤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길지 예측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평생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며 중장년층도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소화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안철수의 교육 정책 구상은?
학제개편 카드로 관심을 모았던 안 전 대표의 교육정책 구상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진 게 아니다. 그는 “교육정책은 사실 책 한권 정도 된다”면서 “5년 동안 논의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안 전 대표는 “한국은 어떻게든 창의 교육을 해보려 많은 노력을 했으나 항상 실패했다”면서 틀의 변화를 통한 교육 혁명을 강조하고 있다. 조건은 ‘5(초)-5(중ㆍ고)-2(진로탐색ㆍ직업학교)’ 학제개편이다. 그는 “수학능력시험에서 1점 더 잘 받는 경쟁은 더 이상 필요 없다”며 “중등교육을 끝내고 학생이 관심 있는 분야 과목을 학점제로 수강토록 하면서 진로를 탐색하는 여건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당성이 검증되기도 전에 교육 근간을 흔들면 혼란이 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사회적 협약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를 만들어 중장기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안 전 대표는 특히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해 정책을 마련, 실행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예컨대 현 정권의 대입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다음 정부에서 당장 바꾸는 데는 반대한다”며 “교육 정책은 예측 가능하게 꾸려지고 예고된 대로 시행돼야 하는 만큼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이 필수”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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